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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방송 90주년, 정부는 누구의 곁에 있을 것인가?
 2017-08-31 15:06:22   조회: 2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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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90주년, 정부는 누구의 곁에 있을 것인가?

 

오는 9월 1일,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고대영 KBS 사장이 환영사를 낭독한다. 그 앞에는 김장겸 MBC 사장이 앉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과방위 위원장의 자격으로 함께 자리한다. 환영사 후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리를 떠나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방송 90주년 유공자 훈포장 시상이 이어진다. KBS 고대영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의 조력자들이 문화 훈포장과 표창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를 비호하는 경영진에게 보직을 보장받기 위해 사내 직능단체를 탈퇴하고 사원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권유했던 인물, 침묵하는 보도를 비판한 후배 기자에게 보복 인사를 단행한 간부, 노조와의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한 이력의 지역 방송사 사장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고대영 KBS 사장은 방송협회 회장의 자격으로 MBC 신동호 아나운서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나눈다. 수상자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시상식이 끝나고 이 모든 이들이 함께 모여 샴페인으로 건배를 한다.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내일 열릴 방송 90주년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벌어질 풍경이다. 기묘하다 못해 분개할 장면이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출범했는가? 세 달이 넘는 엄동설한의 광장에 모였던 1,700만 촛불의 요구와 국정농단에 대한 단죄를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정부다. 그런 정부에서 박근혜 국정농단의 조력자이자 방관자였던 공영방송의 적폐 인사들에게 문화훈장과 포장을 수여하게 된다. 절대 다수의 내부 종사자들의 퇴진 요구에 처해있고 시청자들마저 등을 돌린 공영방송 사장은 자신에게 충성한 이들에게 표창으로 격려할 것이다. 청산해야할 언론 적폐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화자찬을 하고,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자인 보수 여당 정치인들의 축하를 받을 것이다. 이런 자리에 언론 개혁을 국정 과제로 약속한 국무총리, 방통위원장 및 관련 부처 장차관이 함께 하여 시상까지 한다는 것은 적폐 세력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시상식에는 당연히 훈포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 방송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과 적폐 인사들이 같은 자리에서 동일한 치하를 받는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방송의 날은 1947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로부터 HL이라는 독자적인 콜사인을 부여받아 방송에 대한 독립적인 주권을 갖게 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방송의 주권이란 정권의 권리도 아니고 방송사의 권리도 아니다. 정당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를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받을 시청자와 국민의 알 권리를 전제로 한다. 국정농단이 자행될 때 감시와 비판의 책임을 내려놓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공영방송의 적폐 인사들에게 방송 주권의 독립을 기념할 자격이 있는가. 도리어 이들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한 수단인 사장의 임기 보장을 이용하여 자신과 일부 정치권의 사익을 위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자신들이 해고한 노동자들에게 일말의 사죄와 유감 표명도 없는 이들이 정부의 훈장과 포장을 달고 웃음 지을 날이 바로 내일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내일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 예정인 정부 부처 및 정치권 인사들에게 요청한다. 국무총리, 방송통신위원장 및 관련 부처 장차관의 기념식 참석은 언론개혁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는 언론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수치가 될 것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해당 부처 장관은 적폐 인사들만의 잔치가 될 시상식이 아닌 언론 노동자와 국민들의 곁에서 방송의 독립과 주권을 기념하는 것이 합당하다.

 

2017년 8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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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1 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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