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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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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경기도는 99.9MHz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등록일
2021-04-20 10:33:21
조회수
677
첨부파일
 [성명] 경기도는 99.9MHz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는가?.pdf (283340 Byte)

[성명]

경기도는 99.9MHz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2021년 4월 확연한 봄날이다. 그러나 2020년 3월 16일 경기방송 대주주와 경영진이 사상 초유의 지상파 방송 폐업 결정을 내린 지 1년이 넘도록 14명 노동자들에게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몇 달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런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아직까지도 해당 주파수인 99.9MHz의 신규 사업자 공모를 미루고 있다. 

 

  새로운 경기지역 지상파 라디오방송은 기존 민영방송과 전혀 다른 지배구조와 조직운영으로 경기도민에게 지역 자치와 참여를 위한 정보와 공론장을 제공해야 한다. 언론노조는 1년 넘게 신규 사업자 공모를 미뤄온 방통위에게 더 이상 끌 시간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언론노조는 이미 공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업자들이 다수 존재함을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이 달 중으로 도의회 의결 예정인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근거로 공모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조례안에 기반해 방송 사업을 나선다면 시민권리 확대와 방송 독립성과는 거리가 먼 ‘도정 홍보방송’이 될 수 있다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노조는 해당 조례 발의 이후 여러 경로로 조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전달해 왔다. 그러나 도의회로부터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경기도 지역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1년 넘게 방송 재개만을 기다리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지역 공영방송의 구체적인 모델도 세우지 않은 채 발의된 경기도의회 조례안은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가 지상파 라디오 방송과 CP(IPTV 콘텐츠 공급자)를 산하 부처로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방통위가 99.9MHz 사업자를 공모하는 지금은 서울시가 TBS를 지상파 방송사업자로 허가받았던 1989년과는 법령도 다르고 방송 환경도 다르다. 조례안은 과거 TBS가 서울시 교통본부 산하의 사업소와 같은 한 부처였을 때 적용했던 조례와 유사하다. 특정 방송사업자나 재단법인이 아니라 도지사가 방송의 편성(제6조), 편성규약(제7조)부터 방송프로그램 심의기구(제12조)와 시청자위원회(제13조)까지 제정하고 임명하는 ‘도영 방송’이다. 

 

  둘째, 조례안에서는 “방송 사무의 일부를 관련 방송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언론노조는 사주의 전횡에 맞서 싸워온 (구)경기방송지부 조합원 15명의 고용 연속성을 요구해 왔다. 만일 경기도가 지상파 방송사업을 허가받고 방송업무를 외부 기관에 위탁한다면 이들의 경험과 미래는 위탁 기관에 떠넘기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게다가 방송사업을 위탁할 경우 재정과 회계는 경기도 공무원이, 고용·인사·제작·송출은 위탁사업자가 맡게 된다. 어떤 형태가 되건 방송 노동자들은 경기도지사, 위탁사업자 대표, 그리고 도의회로부터 3중 지배구조에 속하게 된다.

 

  셋째, ‘공영방송’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 조건인 재단법인으로의 독립 방안도 임의 규정으로 되어 있다. 조례안에는 도지사가 “경기도 공영방송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되었다.  TBS는 이명박 시장 때부터 공사화나 재단법인화 등을 요구받아 왔으나 실제 재단 설립은 세 명의 시장을 거친 이후에야 가능했다. 중앙정부의 검토부터 도의회 의결까지 법인 설립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면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될 도지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언론노조는 이렇게 명확한 한계를 가진 조례안으로 경기도가 지역 공영방송을 만들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언론노조는 이 조례의 문제점과 더불어 시급한 경기지역 지상파 라디오방송사업자 공모에 필요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하나. 조례안을 처리할 도의회 상임위는 제17조(방송의 법인 전환)에 경기도 공영방송의 불확실한 재단법인 전환을 도의회와 협의하여 재단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개정하라.

 

  둘. 경기도는 방통위의 방송사업자 공모 신청 시 구체적인 재단법인 전환 일정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방송 위탁 기관과의 자율성 보장 및 (구)경기방송 노동자들의 고용 연속성 확보 방안을 제출하라.

 

  셋.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경기도 지사가 되더라도 방송의 편성(제6조), 편성규약(제7조), 방송프로그램 심의기구(제12조) 및 시청자위원회(제13조)에 대한 제정권과 임명권을 독점할 수 없도록 제16조 협력체계 안에 의무조항으로 명시하라.

 

  무엇보다 방통위는 특정한 공모 지원 주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조속히 99.9MHz 신규 사업자 공모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지금의 부실한 도영 방송 조례안에 의거할 것이라면 이번 공모 지원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공모를 준비 중인 사업자들 또한 다르지 않다. 방송 공공성과 조속한 방송 정상화보다 사익추구와 영향력 증대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1년 넘게 침해되어 온 경기도민의 시청권을 무시하는 작태다. 공영방송, 그것도 지역 공영방송의 설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21년 4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1-04-20 10:33:21 1.217.16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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