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이 한국GM 사태와 노동자들의 희생에 대한 언론보도를 지적하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한국GM의 50대 노동자 A씨가 희망퇴직 승인된 날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우리 언론이 한국GM 사태 보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더 이상의 죽음을 멈추게 하고, 사람을 살리는 언론보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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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의 50대 근로자가 희망퇴직 승인이 난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중략) A씨는 1987년부터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근무하며 30년간 근속하다가 지난달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3.8일 기사 클릭)

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고, 무려 20% 인력감축을 추진했다. 목표는 순식간에 채워졌다. A씨는 그중 한명이다. 그리고 그는 3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본은 이것을 ‘고통분담’이라고 한다.

A씨보다 빨리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하청업체,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더 일찍 대규모로 정리됐다.

그런데 우리는 둔감한 것 같다. GM을 비판하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여론의 방향이지만 어떤 ‘연대’와 ‘행동’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2010-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2015년 조선소 구조조정을 경험하고 그 비참한 결과를 목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IMF 외환위기, 정확히는 신자유주의적 체제가 한국 사회를 재구조화하면서 문제는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세계경제는 거대한 하청체계로 재편됐고, 대다수 국가의 정부는 ‘자본 모셔오기’ 경쟁을 했다. ‘고용 없는 성장(=편향적 기술진보)’은 정규직과 고임금으로 진입하는 길을 좁혔다.

정확히 한국이 그랬다. IMF 금융위기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자본을 위해 복무했다. “BUY KOREA”를 외쳤고 생산부터 고용까지, 순식간에, 자본이 원하는 대로 바뀌었다. 세계화, 주주 자본주의, 노동시장 유연화, 일자리 창출, 낙수효과, 4차 산업혁명… 정부와 자본은 그때마다 그럴듯한 명분을 댔다.

그러는 동안 한국 사회는 추락했다. 유치원부터 스펙을 쌓는 무한경쟁의 사회가 됐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과 사오정(45세 넘으면 정리해고 대상)의 시대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이주민과 여성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스스로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적 개인이 돼 버렸다.

GM은 바로 이 시기 ‘소중한 투자자’ 대접을 받으며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적자를 기획했고, GM본사와 한국GM을 원·하청 관계로 만들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강탈해왔다. 그리고 지금 ‘고통분담’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정부와 노동자를 압박한다. 한국사회의 지난 경험, 지난 비극이 그대로 반복되는 모습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둔감하다. 정부도 언론도 GM만 바라볼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언론은 GM의 의도, GM이 정부에 제안한 내용에만 관심이 둔다. 때때로 노동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이제는 “희망퇴직자가 많아 추가적인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라는 보도가 대부분이다.

A씨의 소식이 알려진 8일에도 마찬가지였다. MBC <뉴스데스크>(클릭)에는 GM 자본의 의도를 파악하는 리포트만 있다. KBS와 SBS 메인뉴스에는 아예 GM 관련 리포트가 없다. JTBC(클릭)는 이 소식을 다뤘지만 30초짜리였다.

물론 언론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의 관점에서 자주 GM 문제를 다룬다. 촛불 이후, 언론이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감시수준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경쟁하고 있는 것 또한 충분히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 언론이 최선을 다해 보도를 하고 있지는 않다. 이래서는 B씨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A씨의 죽음에서 우리는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본다. 언론은 죽음을 멈추는, 사람을 살리는 보도를 해야 한다.

GM 사태는 메이커스(makers, 생산자)와 테이커스(takers, 약탈자) 사이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자본과 정부의 수 싸움을 중계하는 동안 사람이 죽어나간다. 지금껏 해온 대로, 정부와 자본 간 타협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 이상의 압박과 대안이 필요하다.

언론이 중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GM이라는 자본이 전 세계에서 보이고 있는 약탈적 행태, 반인권-반노동 경영을 전 세계에서 중단시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GM과 관련된 국가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연대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고, GM에 대해 상식적 수준의 규제가 전 세계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되풀이하는 것. 이것이 지금 언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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