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 인권활동가가 패럴림픽 소식을 전하는 언론에게 묻습니다. 정상이 무엇입니까? ‘극복 서사’는 언제까지 만들어 내실 것입니까?

KBS공정성 가이드라인(2015.3)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제작자는 특정 직업의 종사자를 우스갯거리로 만들거나, 노인을 무능력자로, 전과자를 범죄인으로,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등의 고정관념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또한 차별적 표현을 하지 않도록 제작자는 의식의 저변에 대한 자기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의 권리와 존엄성의 보호에 유의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필요 이상의 배려나 ‘불행한 희생자’라는 식의 고정관념은 차별을 기정사실화할 수도 있다. 특히 장애인을 문제 집단으로 잘못 강조할 수 있는 표현을 배제한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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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어때?] 패럴림픽 보도와 장애인

- 보이지 않거나 멋대로 묘사하거나

 

명숙(인권활동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운영위원)

 

패럴림픽(Paralympic)1)이 지난 3월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린다. 이름마저 낯선 패럴림픽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의 주최로 4년 주기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올림픽 개최국에서 열리는 신체․감각장애인의 국제경기대회다.

그러나 개회식 이후로 패럴림픽이 열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중계가 거의 되지 않는다. 지난 동계올림픽과는 180도 다르다. 원래 운동경기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지만 방송을 틀면 보이는 탓에 몰랐던 여러 경기를 알게 됐던 경험과 너무 상반된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비판보도도 비마이너2)나 CBS 시사프로에 나오는 정도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대한민국이 과연 주최국인지 의심스럽다")에 출연한 황덕경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장은 개최국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3)우리나라 지상파 3사(MBC, KBS, SBS)의 중계는 16~22시간 불과하다. 그에 비해 일본 62시간, 독일 65시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100여 시간을 중계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난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도 수화 통역 방송을 요청했으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이자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칙 제16조 장애인의 시청편의를 제공 의무를 위반이지만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장애인 가사화가 중요한 이유

보이지 않으면 없는 존재로 여기기 쉽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국민의 5%가 장애인인 나라에서 장애인의 존재는 쉽게 없는 존재로 취급당한다. 또한 비장애인들은 어쩌다 마주치는 장애인들과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며 어울릴 수 있는지 배우지 못한다. 이래서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장애인도 밖을 자유롭게 다니고 배우고 놀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자주 접할 때, 장애인의 처지를 언론이 제대로 알려줄 때 만들어지며, 그 힘으로 장애인인권은 장애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의 과제로 설 수 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존재가 보이지 않을 때 그/녀를 낯설게 여기고 타자화시킨다. 그리고 보이지 않을 때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지 않는 국가권력이나 기업의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그렇게 사회적 소수자는 더 끝으로 밀려나 보이지 않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패럴림픽이 지난 동계올림픽 보도의 반만이라도 보도됐다면 우리의 인식 속에서는 장애인은 낯선 존재로 보지 않고 그/녀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아가 선수만이 아니라 선수가 아닌 장애인들도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나 시스템이 얼마나 보장되는지도 궁금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비가시성을 가시성으로 전환시키는 언론보도는 장애인 인권보장에 중요한 부분이다.

장애인 대 일반인?

장애인보도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장애인에 대한 뻔한 ‘재현’도 문제다. 장애인을 불쌍하게 여기거나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중계보도에서도 장애인과 일반인으로 나눠서 일컫는 앵커의 표현은 그래서 불편하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을 일반인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장애인은 일반인에 속하지 않는다고 바라본다. 특정한 인간군만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정상 패러다임’은 비주류에 속한 집단을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소외시킨다. 장애인은 정상이 아니고 비장애인은 정상이라는 인식은 차별적 시선의 바탕이다. 다른 것이지 정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장애인권운동에서 수없이 ‘장애인 대 정상인(일반인)’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표현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일반인이라는 표현한다. 언론보도에서라도 비장애인이라고 사용하면 좋겠다.

아직도 뻔한 ‘장애극복’ 서사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장애는 극복해야할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한 입장에선 열심히 자기의 일을 하는 장애인을 ‘장애를 극복한 사람(영웅)’으로 바라본다. 장애극복 서사는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이 주로 하는 영역의 업무에서 우뚝 선 모습으로 장애인을 재현한다. 왜 장애는 개인이 극복해야하는 것이 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장애인은 교육이나 문화 생활 등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이 자유롭지 못하기에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장애인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라면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장애극복서사는 영웅담, 성공담이라는 언론의 상투적 어법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장애인의 삶을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개인화시키기에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장애극복 서사는 언론의 단골손님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막식은 아쉬운 점 투성이다. 비마이너에서 기자들이 짚었듯이, 의족을 한 한민수(장애인아이스하키대표팀 주장)씨가 마치 암벽 등반하듯 로프에 의지에 가파른 경사로를 오른 장면은 ‘장애극복’ 서사의 끝판 왕이다. 어려운 경사로를 오르는 장애인 선수의 모습으로 그 서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장애극복 서사를 위해 선수의 안전과 맞바꾼 것이라 할 만하다. 이 장면을 중계하는 방송사 앵커들의 멘트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최종 성화에 장애인(휠체어컬링 대표팀 주장 서순석 선수)과 비장애인(평창올림픽 여자컬링팀 주장 김은정 선수)이 함께 성화할 때, 비장애인 선수의 이름만 외치는 앵커들을 보며, 장애인은 여전히 들러리로 바라보나 싶어 아쉽다.

왜곡된 차별적인 인식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더 이상 흔해빠진 주제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깊게 해서는 안 된다. 장애극복서사를 꼬집어주는 중계방송은 어렵더라도, 사후라도 이를 지적하는 보도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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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패럴림픽(Paralympic).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으로 평행을 뜻하는 Parallel과 Olympic의 합성어. 평창 동계 패럴림픽의 마스코트는 반달 가슴곰 반다비로 반다는 반달을, 비는 대회를 기념하는 강한 의지와 용기, 평등과 화합을 뜻한다.

2)http://www.beminor.com/ 비마이너는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인터넷 매체. 2010년 1월 창간.

3) “대한민국이 과연 주최국인지 의심스럽다”

http://theqoo.net/index.php?mid=square&document_srl=690736221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입력 2018.03.12. 21:54

◆ 황덕경> 불편함이 많죠. 사실 올림픽이라는 경기의 특성상 다른 방송은 실시간 방송을 보지 않더라도 올림픽은 대부분 실시간 방송들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실시간 중계를 하지 않다 보니 PC를 켜야 되고 모바일을 이용해야 하고 하는데 그나마도 장애가 없는 분들은 그나마도 시청이 가능하시겠지만 시각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물론 인터넷방송은 해설 자체가 없어서 일반인도 불편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시각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시는 거죠.

◇ 정관용> 우리는 왜 이렇게 홀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황덕경> 글쎄요. 정말 아쉽게도 아직은 어찌 보면 우리 전 사회가 장애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보고요.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가장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장애인의 인구가 전체 우리 국민의 5%거든요. 전체 국민의 5%를 차지하는 장애인구 비율의 89%가 후천적 장애입니다.

4)기자들이 본 패럴림픽 개막식...한국의 장애인식 수준이 드러났다

http://www.beminor.com/detail.php?number=11969&thread=04r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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