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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나쁘다
[0호] 2018년 03월 28일 (수) 17:07:43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 media@media.nodong.org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 3.22 방송 : 단독 논란의 그날 780장의 사진)에 대한 비평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블랙하우스가 밝혀온 ‘김어준의 특유의 합리적 의심’과 ‘그것이 알고 싶다’식의 탐사보도 콜라보레이션”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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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나쁘다

[기고] 피해자가 결국엔 얼굴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SBS가

 

기자 : 이번 미투 관련해서 언론이 진실공방으로 몰아가는 부분도 있다. 또한, 언론에서도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알리는 수준이었다. 반론 보도는 없었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젤라(A씨) : 그 질문이 사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앉은 이유다. 제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다보니 오해와 팩트가 아닌 부분이 함께 섞여 있는 듯하다. 저도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와서 기자분들 앞에서 설명을 확실히 드리고 싶었다. 실명으로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하다. _<프레시안 기사 중>1)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A씨가 결국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 이유에 대해 A씨는 언론의 2차 가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온 프로그램명,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2).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3월 22일 방영분)3)에서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논란을 다룬다고 했을 때부터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SBS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김어준의 특유의 합리적 의심과 ‘그알’식의 탐사보도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봉주 전 사건에 대해서는 <그알>에서 보여준 탐사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성역이 있음을 보여줬을 뿐. 그리고 그 대상이 삼성 혹은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도 아닌 나꼼수 멤버라니….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3월 22일 방영분) 화면 캡쳐


정봉주 전 의원 사건을 다룬 시점과 시각부터 문제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을 주장하는 A씨는 2011년 12월 23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목을 받은 정봉주 의원은 A씨와 그를 보도한 프레시안에 대해 ‘사기극’이라고 몰아갔다. 이렇듯 미투를 진실공방으로 만든 건 정봉주 전 의원 측이다. 그 후,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카페지기 민국파가 등장하며 정봉주 전 의원을 호텔에 내려줬다고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지만 사정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봉주 전 의원은 당일 행적이 담긴 사진 780장을 입수했다며 검찰에 제출(공개 아님)했다. 그렇게 A씨의 미투는 본질이 흐려지고 ‘시간과 증거’의 싸움이 시작된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사건을 다룬 시기부터 문제다. 정봉주 전 의원이 만든 왜곡된 판(프레임)에서 그가 유리한 시점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이슈브리핑’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당일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는 결정적 증거인 780장의 사진을 확보했다는 그 시점 말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내용도 아닌, “사진으로 확인 ‘나꼼수’와 함께했던 그날, 그 시간”, “그날의 그 사진 단독공개”라는 자막과 함께. 그것은 누가보더라도 정봉주 전 의원에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 없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3월 22일 방영분) 화면 캡쳐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사건을 다루는 SBS 기자의 설명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수현 기자는 해당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12월 23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24일)였다”, “나중에는 23일로 특정됐다”, “혼란의 혼란을 거듭했다”라고 발언한다. 프레시안의 기사가 오락가락했음을 언급한 대목이다. 정봉주 VS 프레시안 간 벌이는 진실공방이 됐음을 감안하더라도 편파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SBS는 정봉주 의원의 진술이 흔들린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가령, 23일 민국파는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의 내용들 말이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2시 전후 정봉주 전 의원이 나꼼수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이 찍힌 사진 몇 장을 공개한다. 그 시각 홍대에 있었다는 얘기다.(물론, 2시는 피해자 A씨가 특정한 시간이 아니다. 민국파의 기억과 그에 따라 정봉주 전 의원이 특정한 시간임을 밝혀둔다) 그리고 곧바로 해당 사진에 대한 조작가능성을 따져본다. 물론, 사진을 살펴본 전문가는 “원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어 봐야할 부분이 있다. 피해자 A씨와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이 공개한 780장의 사진이 허위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없다는 게 그것이다. 단지, 공개를 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엉뚱하게 조작가능성 여부를 가린다.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 밖에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불편한 장면들은 다수 등장한다. 패널들은 “780장이나요?”, “굉장히 사진이 많네요”라는 첨언을 하며 마치 정봉주 전 의원이 내놓은 사진들이 무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듯의 리액션을 한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3월 22일 방영분) 화면 캡쳐


피해자 A씨는 사라졌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이렇듯 정봉주 전 의원이 짠 프레임 안에서 그의 편을 들어줄 동안 피해자 A씨는 사라졌다. SBS는 미투 당사자인 A씨가 해당 프로그램으로 받을 상처와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A씨가 결국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며 자신은 유령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상황을 만든 쪽은 이론의 여지없이 SBS다. 그것이 진정 언론의 역할인가.

A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A씨는 기자회견에 나서면서도 “실명으로 하지 못해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호했다.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일관된 진술이 있었고 오늘도 그 주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도 특정됐다. A씨가 정봉주 전 의원을 “기다리던 시간”은 5시 37분(5시 5분 이전부터). A씨는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Foursquare)’를 통해 증거 사진을 찾아냈다. 그 사진을 보면 ‘창문이 없고 하얀 테이블이 있으며 옷걸이가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룸’이라는 A씨의 주변의 묘사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렇듯 A씨의 진술은 당초 달라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신중했을 뿐.

‘미투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면서도 이런 말들이 떠다닌다. ‘그건 미투가 아니지’, ‘미투 할거면 얼굴 공개하고 해라’, ‘미투를 왜곡하지 말라’라는 등의 발언들. A씨가 고스란히 들어야 했던 2차가해다. 그리고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여론에 내몰려 기자들에게 얼굴을 공개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얼굴이 공개된 피해자들이 어떤 상황에 노출되는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향해 ‘신뢰성’이라는 잣대로 얼굴을 내놓고 하라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이 필요하다.

이날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김어준 씨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부분은 말씀드리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필자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사실은 언제든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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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피해자 "성추행, 오후 5시 37분 이후" 관련 사진 제시/ '정봉주 미투' 피해자 기자회견 열고 관련 증거 제시> (프레시안 3.27)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0487

2)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지난 1월18일 매주 목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고 있다. 기획 의도로 “이것은 '거의' 정통시사, 그리고 '의외로' 사실이 많은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향한다.김어준 특유의 합리적 의심과 '그알'식의 탐사보도 콜라보레이션!! 쫄지않고, 성역없이 이슈를 던지는, 사이다 같은 MC 김어준의 생각과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완벽히 새로운 형식의 시사토크쇼!”라고 밝히고 있다.

3)<정봉주를 둘러싼 논란의 사건 당일 사진 780장 단독 입수>

http://programs.sbs.co.kr/culture/blackhouse/clip/50916/2200026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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