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에 가담한 언론의 고백과 반성을 촉구하는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은 ‘쉬운 해고’와 ‘임금 피크제’를 강행하기 위해 언론 매수 행위를 했습니다. ‘노동시장 새 틀 짜기’ ‘상생고용 새 모델, 임금피크제’ 등 당시 쏟아졌던 기사들. 언론도 공범이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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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 비선조직’ 언론에 삭제된 이름들

-박근혜 노동개악에 가담한 언론, 고백하고 반성해야-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보수단체와 언론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1) 3월 28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청와대는 노동부, 기재부, 문체부, 산업부 등 4개 부처를 모아 서울고용노동청 19층 회의실에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조직을 만들고 그해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동안 불법과 탈법을 넘나드는 ‘공작’을 폈다.

공작 내용을 보자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노동개악 상황실’은 ‘쉬운 해고’와 ‘임금피크제’를 강행하기 위해 보수단체, 사용자단체, 국책연구기관, 학계, 언론을 지원하고 동원했다. 당시 여당이 발표할 메시지 내용을 결정하기도 했고, 보수단체의 피켓시위와 사용자단체의 성명 발표를 추진했고, 민주노총·한국노총을 압박하기 위해 정치인과 언론을 활용해 ‘귀족노조’ 프레임을 짰다.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 선정과 패널 구성까지 관여했다고 한다.

개혁위가 확인하고 공개한 공작정치 내용은 충격적이다. 누가 보더라도 보도가치는 충분하다. 언론 또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공작정치를 비판하는 기사와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런데 언론 보도는 대부분 개혁위의 보도자료를 요약한 수준에 머물렀다.

왜 그럴까. 바로 많은 언론이 ‘공범’이기 때문이다. 개혁위가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는 바로 언론이 노동개악에 가담한 증거가 담겨 있다. 언론은 말그대로 ‘도구’였다. 그보다 많은 언론이 노동개악 광고비를 받아 챙겼다. ‘기획기사 유료구매 현황’ 자료는 확실한 증거 중 하나다. 이 자료에는 매체/주제/회차/일시/지불금액 등 정보가 있다.
 

언론은 노골적으로 노동개악에 가담했다. 어떤 언론은 ‘일자리창출’을 주제로 기사 16건, ‘청년일자리’와 ‘지역고용창출’을 주제로 14건의 기사를 내보내기로 하고 정부로부터 총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또 다른 언론은 ‘노동시장 새틀짜기’를 주제로 5건의 기사를 내보내고 5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확인된 것만 7곳이다.

상황실이 2015년 10월 11일에 작성한 ‘일일 추진상황 점검’ 회의자료를 보면 상황실은 “야당 대체법안 대응”을 위해 특정언론을 접촉, 기획기사 2~3편을 만들어내려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자료 및 방향 미리 제공해서 즉각 기획기사를 낼 수 있도록 협조(예산지원)”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래서 언론은 개혁위 보도자료를 요약한 수준의 기사를 내보내고 그마저도 언론사 이름을 익명처리했을 것이다. 어떤 언론과 기자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늘 그랬듯 ‘정책홍보를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터다. ‘정부가 보수단체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공작을 펼쳤고 언론도 속았다. 독자들에게 사과한다’는 면피용 사과문조차 쓰지 않는다.

언론은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감췄다. 애초 개혁위는 보도자료에 노동개악에 공범으로 가담한 언론사 이름과 기사 제목을 내보내려고 했다. 그렇지만 “해당 언론사들의 극렬한 반발로 이름과 기사 제목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주제와 일자를 활용해 기사검색을 하면 어렵지 않게 공범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노동부는 보도참고자료를 보도자료 자료실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런 와중에 MBC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과오를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2) MBC는 개혁위가 “(비선 조직이 주도하는) ‘BH 회의’에서 TV토론을 홍보의 수단으로 계속 기획했고, MBC 100분 토론, 1건을 보니까 실제 기획했던 걸로 확인이 됐다”고 밝히도록 협조(?)했고 이 사실을 <뉴스데스크>에 내보냈다. ‘‘쉬운 해고’ 위해 비선 조직 운영… MBC ‘100분 토론’도 관제‘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리포트였다.
 

이번 일을 통해 여기서 언론권력을 새삼 느끼고, 언론과 정부부처의 끈끈한 관계를 다시 확인한다. 그래도 기자들에게 부탁한다. 정책기사는 써야 한다. 정책을 소개하고 다각도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그러나 돈을 받고 노골적인 홍보기사를 쓰는 것은 스스로 저널리스트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구시대적 공작정치에 동원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드러났다면) 항의해야(반성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독자들에게 고백하라. 이것이 양심이고 상식이고 나아가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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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근혜정부 노동개혁 관련 외압 및 국정원의 고용보험자료 제공 요청 등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http://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8616

‘BH회의’에서 김현숙 당시 고용복지수석이 노동시장개혁을 홍보하기 위하여 기사, 전문가기고, 방송을 활용한 여론화 작업 기획지시하고 집행토록 한 사실이 확인됨

기획기사 유료구매는 고용노동부가 기사의 주제와 구성을 특정하여 언론사에 금원을 지급하고 지면을 구매한 사실상의 언론 매수행위로, "상황실" 문서에서 20건 이상의 기획기사 구매행위가 확인되고 이중 13건에 대해서는 홍보결과보고서 등에서 지급금액과 증빙이 확인됨

또한, 전문가기고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전문가를 섭외하여 기고문을 청탁하고, 원고(초고 포함)를 수령한 후 언론사 지면을 확보하여 게재된 사례도 다수 확인되며, 이중 2건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기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됨

TV토론의 경우 ‘BH회의’에서 언론사 TV토론 주제와 특정 패널 구성안 제시하여 ‘공정해고’ 주제 토론 추진. 홍보수석실 행정관 참여하여 TV토론 추진 현황 보고, 실국 토론 출연자를 파악함

기획기사 유료구매 및 전문가 기고 직접 대가지급은 물론 정부의 개입행위 또한 부당한 행정조치에 해당함

 

2) <‘쉬운 해고’ 여론 위해 지상파 ‘관제토론’>(MBC 뉴스데스크 3.28)

박근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쉽게 만드는 이른바 '쉬운 해고' 정책을 추진했었는데, 그 당시 청와대가 지휘하는 비선 조직을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비선 조직이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 선정, 패널 구성까지 관여했었는데요. 여기서 MBC 100분 토론이 등장합니다. 김성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5년 9월 방송된 MBC '100분 토론'.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이른바 '노동개혁' 정책이 주제였습니다.

[정연국/사회자] "저성과자, 업무 불량자에 대한 해고 요건인데 거기에 대한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느냐…"

그런데 이 토론은 청와대 비선조직인 '노동시장 개혁상황실'이 기획했다는 사실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상황실은 김현숙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실질적으로 지휘했는데, 이른바 'BH 회의'라 불린 회의를 통해 토론 주제를 정하고 출연자 4명 중 2명도 직접 선정했다는 겁니다.

[김상은/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 "(비선 조직이 주도하는) 'BH 회의'에서 TV토론을 홍보의 수단으로 계속 기획했고, MBC 100분 토론, 1건을 보니까 실제 기획했던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비선 조직의 입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언론사당 많게는 8천만 원을 주고 총 20건 이상의 홍보성 기획 기사를 싣게 하는가 하면, 예산을 불법적으로 미리 당겨써가며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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