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지방선거 보도, 주 52시간 대응 논의

“지역 언론사의 경우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52시간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KBS본부 광주지부 소속 한 조합원)

“지난 한 달 노동 시간을 따져보니 이틀만 집에서 쉬고 나머지는 회사에 나와야 했다. 가족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는 상황이다”(MBC본부 광주지부 소속 한 조합원)

“기사가 되면 노동으로 인정하고 기사화가 안 되면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kbc광주방송 지부 소속 한 조합원)
 

현장 순회 간담회에서 조합원들은 주 52시간에 앞서 인력 충원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4월초부터 전국 사업장을 돌며 산별교섭과 지방선거 공정보도, 주 52시간 대응을 위한 현장 순회를 진행 중이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3일(목) 오전 9시 30분 MBC본부 목포지부(지부장 김창진)를 시작으로 오후 1시 MBC본부 광주지부(지부장 이재원), 오후 2시 KBS본부 광주지부(지부장 최송현), 오후 3시 30분 KBC광주방송지부(지부장 정준호)를 찾고 △2018년 산별교섭 방침 △주 52시간 대응 △지방선거 공정보도 실천 등을 논의했다. 또 광주전남 민언련과 언론노조 대표들이 만나 지방선거 보도 모니터 활동을 점검했다.
 

◇“기자 정신과 52시간 양립할까요?”=“주52시간을 비롯한 노동조건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할 사안이며, 근로기준법이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탈이 난다. 주52시간 관련 언론노조 원칙은 꼼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괄근로 등으로 꼼수를 사용했을 경우 노동조건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된다.”

김환균 위원장은 사업장을 돌면서 위와 같은 말을 한다. 조합원들은 현재도 주말도 없이 일하고 주당 60시간 이상을 일하는 상황이고 취재하고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데 과연 52시간 도입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했다.

KBS본부 광주지부의 한 조합원은 “지역 언론사의 경우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52시간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고, 다른 조합원은 “5명이 촬영을 한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이 당직이다”라고 전했다.

MBC본부 목포지부 조합원 간담회에서는 ‘주52시간’이 언론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조합원은 “저녁 뉴스로 늘 오후 8시를 넘겨서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주 52시간이 되면 지역 로컬 뉴스의 양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제보’가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출동하는 현장 기자들에게 ‘주 52시간’에 발목이 잡히거나 기자의 ‘취재 감각’까지 무뎌지게 해 매체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

윤석빈 언론노조 특임 부위원장은 “과연 이 업무가 꼭 필요한가부터 따져보자. 출입처 정보고, 사스와마리, 출입처 관행 등의 업무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며 “현장의 많은 고민을 토론하면서 대안을 만들어내자”고 답했다.

언론노조는 각 본부 지부 분회에 조합원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 지 서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조사를 진행할 것과 그 내용을 공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산별교섭 이번에 시작해 보자= 산별교섭과 관련 김환균 위원장은 “올해는 노사가 편성규약, 공정보도 조항, 노동조건 개선 등 꼭 필요한 부분부터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보자”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신문 방송 인쇄 출판 등 각 업종별 산별교섭 추진단을 구성해 교섭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방송사업장은 산별교섭을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방송공정성분과, 제작환경개선분과, 방송산업진흥분과 구성을 제안하고 있으며, 김환균 위원장은 KBS MBC SBS EBS 등 방송사 경영진들과 만나고 있다.

산별교섭으로 공정방송 조항을 제도화하고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산업 진흥 정책 마련 등 개별 사업장 문제를 넘어서는 주요 현안들을 산별교섭으로 풀어낼 방침이다.

kbc지부 한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교섭대표라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노측 대표는 다시 조합원 신분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산별 교섭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선거-국민이 주인이란 점 명백히= KBS본부 광주지부에서는 유권자들이 요구를 전하는 ‘공생’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KBS본부 파업 이후 복구한 조합원들이 이번 지방 선거에 어떻게 하면 후보자 중심이 아닌 유권자 중심의 보도를 만들까 고민한 끝에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광주 KBS의 6.13프로잭트 ‘공생’(매주 화요일 오후 7시35분)은 지방선거 100일에 맞춰 ‘좋은 공약 하나! 나의 삶을 바꾸고, 지역을 그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기획의도로 시작됐다.

주민들이 게스트로 직접 나와서 직접 정책을 제시하고 선거를 준비하는 각 당이 답변을 하게 한 프로그램이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파업 때 우리는 국민이 주인이라며 투쟁을 했고, 이제 제작 현자에서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며 “공영언론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이번 지방선거로 지역민의 목소리와 의제를 전하자”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어제 보도된 농산물 가격 급등 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2일 저녁 뉴스 등에서는 ‘감자 값 77% 급등’이란 제목으로 전체 농산물 가격이 8.9%가량 상승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MBC본부 목포지부의 한 조합원은 “취재 중 만난 농민은 과자 한 봉지에 2천 원 정도 하는데 이거 먹는데 10분도 안 걸리는데 가정에서 감자와 양파를 한 번 사면 몇 달 먹지 않느냐. 배추 역시 한 계절을 먹는 데 이런 것은 왜 고려하지 않고 농산물은 무조건 싼 것처럼 취급하느냐고 말한다. 언론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본 있느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편, 4일 오전 전남CBS분회, 오후 MBC본부 여수지부에서 현장 순회 간담회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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