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요구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았나요?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결정된 과정을 아시나요?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개악 아닌가요? 박장준 희망연대 활동가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관련 언론과 시민들에게 부탁합니다. 개정이 아닙니다. 개악입니다. 끈질기게 보도해 주십시오! 분노해 주십시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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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아닙니다, 개악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최저임금 만원. 이것은 어떤 이들이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는 바로 ‘그 민주노총’이 몇 년 전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구호는 사회적 요구가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와 노동자 간 임금격차 문제가 ‘사회의 위기’로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2017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서 후보들이 최저임금 만원을 공약한 것도 같은 이유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만원”을 약속했다. 실제 2018년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209시간 기준 157만3770원)으로 대폭 올랐다. 전년대비 인상률은 16.4%나 됐다. 자본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이 고용을 줄인다’고 주장했고, 이에 정부는 일자리 안정기금 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대응했다. 우리 사회는 이를 시급 1만원(월 209만원)의 시작으로 인식했다. 여기까지 좋았다.

이랬던 정부여당이 최저임금법을 개악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식비‧교통비‧숙박비 등을 포함시키고, 회사가 의견수렴만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정부여당의 ‘개악’으로 자본이 자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써왔던 꼼수, 위법‧탈법행위는 졸지에 합법이 됐다. 또한 문재인 정부 스스로 폐기한 박근혜 정부 노동개악 양대 지침 중 ‘취업규칙 일방 변경’이 다시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의사결정 과정부터 그 결과까지 심각한 결함이 있는 개악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얼마나 자의적 기준으로 법안을 만들었는지는 국회 회의록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국회가 왜 저임금의 기준을 연봉 2500만원으로 정했는지 우리는 모르고, 여당이 왜 순식간에 자신의 입장을 철회했는지도 모르고, 이번에 함께 다뤘어야 할 통상임금은 왜 빠졌는지도 모른다.

- 한겨레 <‘최저임금법 개정안’ 회의록으로 살펴본 문제적 장면 12가지> (2018-06-03)

- 경향신문 <민주당 ‘최저임금’, 4시간4분 만에 초고속 후퇴>(2018-06-03)

- SBS <[취재파일] 최저임금법은 어쩌다 이렇게 '개정' 됐을까?>(2018-06-03)

분명하다.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다. 임금에서 숙박비와 식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치명타다. 정규직과의 차별해소를 요구하면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투쟁’으로 따낸 비정규직들은 졸지에 임금삭감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시간외수당(통상임금×1.5배)이 최저임금보다 적어질 가능성까지 생겨버렸다.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이 없는 노동자들은 눈 뜨고 코 베일 판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보다 최저임금 개악의 효과가 훨씬 크다. 재벌 대기업의 1차 하청부터 개악된 법조문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여기에 보수언론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은 정부여당의 ‘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 참에 노동시간 단축 등 모든 노동이슈에서 정부여당으로부터 ‘속도조절’을 요구한다. 최저임금이 뒷걸음치면서 모든 것이 후퇴할 위기다.

다행히도 매일노동뉴스, 경향신문, 한겨레 등 몇몇 언론들은 최저임금법 개악을 ‘권리의 후퇴’로 보고 연일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개악은 21만6천명만의 문제가 아니며, 정부 노동정책의 분명한 후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 효과에 대한 연구와 담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적기, 아니 거의 유일한 시기다.
 

최저임금 문제를 끌고나가기 어려운 시기다.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지방선거, 러시아 월드컵, 휴가철을 지나면서 이슈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입증하듯 최저임금은 정부여당에게 불리하고, 그렇다고 자유한국당 같은 극우정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고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언론이 끈질기게 붙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개악을 계기로 언론과 시민들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 있다. 정부여당은 많은 노동자들이 개악의 피해자가 될 사실을 알고도, 비판여론을 확인하고도 개악을 강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금 일어나는 불만과 운동을 ‘관리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가장 합리적이고 온건한 개혁세력’을 자임하고, 굉장히 넓은 지지층에서 그렇게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계가 전부 사활을 건 만큼 정부가 이 불만과 이 운동을 쉽게 관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정권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을 맞닥뜨렸다. 게다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이유는 바로 저임금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 아닌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최저임금 2라운드가 시작됐고, 초반부터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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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향신문 <민주당 ‘최저임금’, 4시간4분 만에 초고속 후퇴>(6.3 경향신문)   ‘정기상여금 월 25% 초과분만 산입, 복리후생비 산입 제외→정기상여금 월 25% 초과분, 복리후생비 10% 초과분 산입→정기상여금 월 25% 초과분, 복리후생비 7% 초과분 산입→2024년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100% 산입.’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결정한 지난달 24~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회의록에 기록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변화 과정이다. 경향신문이 당시 회의록을 3일 분석한 결과 복리후생비를 제외하고 정기상여금 월 25% 초과분만 산입하자던 여당은 ‘초고속 후퇴’를 거듭한 끝에 2024년부터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데 동의했다. 수백만 노동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결정되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4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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