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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보도에서 빠진 것들
[0호] 2018년 06월 19일 (화) 11:13:14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활동가) media@media.nodong.org

러시아 월드컵 잘 보고 계신가요? 국제적인 대형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 평화와 인권이 함께 발맞춰 가고 있을까요? 러시아의 시리아 폭격 등 전쟁 문제, 인종 차별과 성소수자 등을 위한 다양성의 집 폐쇄 조치 등 인권 문제 등이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명숙 인권활동가가 어느 국가가 16강에 올라가느냐도 중요한 내용이겠지만 국제축구연맹 등이 평화와 인권 보호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국제 대형 스포츠의 이면을 짚어내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전해 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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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보도에서 빠진 것들

-국제적인 대형스포츠와 관행적 보도-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활동가)

 

러시아 월드컵 경기 중계가 한창이다. 방송사마다 인기인을 해설위원으로 선정하고 이를 부각시키는 방송이 줄을 잇는다.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관전 포인트가 뭔지, 참가국의 특징을 해설하는보도가 이어진다. 그에 비해 월드컵 개최국은 어떤 나라인지, 어떤 정치․사회적 현실인지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언론은 월드컵 기간 동안 그냥 축구경기만 잘 중계하면 충분한 것인가?

개막식 다음날 일제히 언론에 축구 경기 외의 내용이 다뤄졌다. 개막식 공연을 한 가수 로비 윌리엄스가 공연이 끝날 무렵 손가락으로 욕을 해 욕을 한 이유가 뭔지 다룬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측 매체들은 로비 윌리엄스에게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Party Like a Russian)'을 부르지 말 것을 요구해서 이에 대한 항의로 욕을 했다는 추측이다. 특히 그가 영국에서 인권 탄압국가인 러시아 월드컵 참여에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노래까지 제한을 받자 화가 났을 것이고 이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보도나 이후 후속보도가 이어지진 않았다.

그에 비해 러시아의 시리아내전 개입으로 러시아 월드컵 참가나 관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거의 보도돼지 않았다. 그나마 로비 윌리엄스의 손가락 욕 이후 이에 대해 잠깐 언급됐다.

세계일보 등 일부 언론만이 <뒷말 많은 러시아 월드컵..인권단체 "관전 말아야">(세계일보 http://www.segye.com/newsView/20180615000519) 전했을 뿐이다. 이미 이전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주민들을 보호하지 않는 한 월드컵 대회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이는 보도되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 관련 기사  제목 캡쳐

월드컵, 올림픽 등에 대한 구조적 비판 없어

그동안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적인 대형스포츠행사가 각국의 정치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에 대한 분석보도는 별로 없었다. 스포츠경기로 각국이 화해와 평화를 도모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그에 대한 분석도 없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대형 건설사업과 그에 따라 이뤄지는 빈민촌 철거와 빈민들의 인권문제가 발생하지만 논외로 치부된다. 때로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 유치가 반인권적 정책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나 이 또한 잘 분석되지 않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브라질 정부가 경기장과 편의시설을 세운다고 인디언 선주민들과 빈민들의 집을 강제로 철거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진 바 있다. 브라질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아 2016년 브라질 올림픽 때도 비슷했다. 올림픽파크로 향하는 전용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빈민들의 집을 철거했고, 마라카낭경기장 옆에 대형 주차장을 만든다고 인디언 박물관을 허물려고 인디언들을 쫓아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매우 적었다.
 

   
피파 홈페이지 캡쳐

 

정말 스포츠경기로 평화를 도모한다면, 국제축구연맹(FIFA)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

2017년 데니스 크리보셰프(Denis Krivosheev) 국제앰네스티 유럽중앙아시아 부국장은 반부패 시위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탄압을 FIFA가 조사하고 입장을 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IFA는 2017년 6월 초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모든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FIFA는 공신력 있는 독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인권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인권을 위한 대형 스포츠행사 조직위원회’에 합류하겠다고 서명했다. 하지만 무엇이 변했단 말인가? 러시아가 자국의 이해를 위해 시리아내전에 개입했지만 월드컵을 개최하는데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고 있다. FIFA의 발표가 형식적이라는 뜻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형태로 국제적인 대형스포츠행사를 지속해야 하는가? 국제스포츠행사를 위해 참가국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자하고 그 개발의 이익은 사적 차원에서 취득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스포츠행사를 유치해 자국의 정치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치행태에 대해 FIFA나 IOC 어떤 제동도 하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FIFA 총회에서 “러시아는 정치와 스포츠는 다른 선상에 접근하고 있다”고 변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인권자문위원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보도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피파 월드컵 러시아 2018 이미지 캡쳐

그에 비해 우리의 언론의 월드컵 보도는 여전히 16강 진출여부 중심이다. 16강 진출이 국민적 염원인양 보도하는 행태는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정말 월드컵이 평화와 교류의 계기라면 개최국의 정치 사회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경기중계만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월드컵에만 초점을 둔 한국 스포츠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도 별로 없다. 선수들의 인권에 관한 보도도 해당 선수가 용기 내 폭력을 폭로해야 잠깐 나올 뿐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대형스포츠행사에 대한 관행적 보도가 FIFA나 IOC를 바꾸지 못하고, 한국 스포츠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월드컵 폐막식 전에 천편일률적인 보도양상을 탈피한 보도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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