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바람도 필울 줄 몰라? 애 낳아와”, “딸한테 회사 물려줄래?”, “애 낳아서 안겨주기 전까진 넌 집행유예야.” 지상파 방송 아침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2018년 드라마 속 여성의 위치  괜찮으십니까? 황소연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가 <나도 엄마야>에 대한 비평을 보내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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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야>, 진짜 여성의 선택은 어디로

 

황소연(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나도 엄마야>1)의 드라마 제목을 보면 주인공은 엄마, 즉 여성인 듯 보인다. 물론 여성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엄마라고 주장하는 두 여성의 모든 성과와 보람은 아이, 더 정확히 하자면 대를 이을 남자아이로만 요약된다.

임신에 성공해 경신(연기: 우희진)의 관리감독 하에 지내는 지영(연기: 이인혜),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건강한 출산을 위한 협력, 상생관계로 보일 수 있으나 기형아일 수도 있다는 검사결과가 밝혀지자 지영은 임신중절 수술을 피해 피신한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의 드라마 스토리의 핵심이 될 예정이다.
 

난임인 상황에서 극적으로 대리모를 구한 경신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시부모다. 경신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 대해 시모(임은자, 연기: 윤미라)는 부정적이다. “니가 전생에 업보를 많이 지어서 애가 들어서지 않는거야.”, “그동안 들인 한약 값으로 빌딩을 올리겠다.”, “애 갖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이 뭔지 한번 들어보자.” 등, 경신의 모든 목적이 아이, 특히 남자아이를 낳는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후 경신이 자신이 난임일 수밖에 없는 지병이 있음을 고백하고 ‘죄송하다’고 말하자, “그러고 한약을 따박따박 받아먹은 거야? 우릴 속이고? 네가 입양하자고 시켰지?” 같은 말로 모욕을 준다.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간의 관계를 강조하지만 그 핵심은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드라마 공식이다.

아들에게도 자녀계획에 대한 간섭이 있지만 경신에게 가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넌 바람도 피울 줄 몰라? 애 낳아와.” 같은 말을 통해 여성의 출산을 남성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는 현실을 시사한다. “딸한테 회사 물려줄래? 가시나가 감당하겠나? 여자는 한계가 있어.”, “여자가 걔 하나뿐이야?” 이러한 대사를 통해 드라마에서 인간은 재산과 명예 영속의 도구가 되고, 여성은 출산의 도구가 된다. “애를 빨리 가져야 네 남편이랑 시아버지랑 사이가 좋아질 거 아니야”, “애 낳아서 안겨주기 전까진 넌 집행유예야” 라는 말로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깟 연예인 나부랭이보다 우리 집안 며느리로 인정받으면 얼마나 좋아”같은 말로 여성의 성과를 저평가하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대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임신과 출산에 자신의 미래가 달린, 여성 주인공들의 대사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내가 애 낳는 기계야?"

"아이가 있다고 해서 당신의 아내고, 없다고 버림받는다면, 우린 이미 끝난 거 아니야?"

드라마 속에서 여성이 무엇을 요구받는지, 왜 출산의 유무에 따라 시가와 남편의 대우가 달라지는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대사이다.

지영은 임신중절 수술을 피해 숨어살면서 처량한 엄마의 모습을 연출한다. ‘옛날사람들은 병원 안 가도 애 잘만 낳았다’ 같은 대사를 하거나, 젖몸살을 통해 아이에게 젖을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부엌에 선 채로 미역국을 들이킨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드라마는 지영을 엄마라는 존재로 만든다. 지영이 유산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이를 더 극적으로 만드는 배경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픔과 숭고한 희생을 겪지 않는 민경과 경신은 결핍된 존재로 그려진다.

 

엄마가 되지못한 결핍된 여성?

곳곳에 녹아있는 여성혐오와 ‘여적여’, 고부/동서관계가 아니었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도 ‘엄마’가 되지못한 이는 결핍되고 부족한 존재로 그려졌을까? 가부장의 권력이 버티고 있는 <나도 엄마야> 속에서 아들을 두 명 낳은 시모는 합격자이고, 경신은 탈락자나 다름없게 그려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가족/친인척 관계 속에서 이들은 적대적이다. 특히 시모와 며느리, 며느리와 며느리간의 갈등구도가 강조된다. “너랑 나랑 둘인데 대충 먹자.” “그러니까 이집 자식이지. 널 왜 닮니?” “저는 일하잖아요. 형님처럼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경신에게 늘 시비를 걸고 못되게 구는 시모 역시 그의 남편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한다. 드라마 홈페이지에서도 ‘제왕적 가부장’이라고 소개하는 회장(시부, 신태종,  연기 : 박근형)은 남아선호사상에 찌들어있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경신 부부의 출산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그의 부인을 종 부리듯 한다. 사주를 보고 온 뒤 아이의 운명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수술해서 낳아야한다’고 천명하거나, 반찬을 놔 달라고 하거나, 목욕물을 받고 등을 밀어라 등 세세한 주문을 하는 식이다. 집안의 거의 모든 대소사가 그의 의견대로 진행된다.

아들 딸 성별구분 .. ‘기왕이면 아들’

특히 아이의 성별이 남성이라고 발표되자 드라마는 눈물바다가 된다.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아이와 관계된 사람들은 저마다의 감동을 즐긴다. 과연 아이의 성별이 여성으로 밝혀졌을 경우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특히 경신의 시부가 회의를 하다가 손주의 성별을 알리는 문자를 받고는 벌떡 일어나 회의종료를 선언하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은 드라마를 넘어 웃음이 나기까지 한다. 물론 드라마는 남편의 입을 빌려 ‘아들이든 딸이든 소중한 자식’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려 시도하지만, 이것을 드라마의 메시지라고 하기에는 아들임이 발표되었을 때 등장인물들의 반응은 너무나 극적이다. 더불어 여성들은 유난히 사과를 자주한다. 대리모인 지영은 의뢰자인 경신에게, 경신은 시모에게, 시모는 남편에게 사과하는 식이다. 지영이 임신한 경신의 아이가 기형일수도 있다고 밝혀지자 사과하는 것도 경신이다.

<나도 엄마야>는 ‘대리모’라는 소재를 통해 화제가 되었다. 그 속에서 출산의 고통과 가부장제 속 남성들의 무책임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분명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지만, ‘기왕이면 남자’라는 말을 당연하게 하는, 남자만이 대를 이을 수 있다고 믿는 등장인물들 속에서, 이 드라마의 중심소재는 여성이 아닌 임신과 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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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BS 아침 드라마 <나도 엄마야> 매주 월~금 오전 8시 30분

기획 의도: 대리모가 모성을 느끼다! 현실적인 이유로 대리모가 된 여자가 있다. 내 유전자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데도, 열 달 동안 임신했고 내 몸으로 낳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모성을 느낄 수 있을까? 내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 윤지영(이인혜)은 그렇다고 한다. 힘이 없어 아이를 빼앗기고 말지만 아이를 사랑하기에 포기할 수는 없다. 모성이란 핏줄이나 생물학적 관계가 아니라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부와 명예,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 등 모든 걸 가졌지만 자식 없는 설움을 겪는 여자가 있다. 내가 가진 걸 잃지 않기 위해 대리모출산을 감행하는 이, 최경신(우희진). 힘들게 얻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그녀 앞에 나타난 대리모 윤지영은 경신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다시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의뢰여성의 시동생이다! 윤지영이 최경신의 시동생 신상혁(알렉스)과 사랑하게 됨으로써 상황은 꼬일 대로 꼬이게 된다. 둘의 결혼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경신,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 싶어 하는 지영 사이의 갈등이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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