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입국 · 외국인청에 난민 전담 심사관은 1명. 단 1명이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를 심사하고 있었다. 1호 난민을 인정한 뒤 17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시사인 563호(6.25) 고제규 편집국장의 글입니다.1)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번 언론노보 ‘언론 어때’ 칼럼은 제주 예맨 난민 사태를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다룹니다. 2015년 난민선이 뒤집혀 사망한 3살 아일란 쿠르디 사건 당시 언론이 내놓았던 해결책들을 다시 한 번 보자는 것입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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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부족 그리고 난민에 대한 '부정적 시각'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먼 나라 이야기였기 때문에 대부분 관용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수의 난민이 제주도에서 신청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_배우 정우성.2)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에 대한 반감. 배우 정우성 씨는 이렇게 평했다. 2015년 터키를 떠나 그리스 아가토니시섬으로 향하던 난민선이 뒤집혔다. 당시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던 한 장의 사진. 숨진 채 해변으로 떠밀려온 3살 난민 아일란 쿠르디. 해당 사진은 한국사회에서도 큰 충격을 줬고 ‘국제적으로 난민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시리아 난민 그리고 2018년 제주도에 입국한 예맨 난민. 두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내로남불’에 대한 일침은 새겨들을 만하다.
 

 

난민문제, ‘현실은 다르다’는 주장의 공허함

배우 정우성 씨는 해당 발언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 정우성 씨에게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입 다물라’고 한다. 하지만 정우성 씨는 난민돕기 등 관련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활동해왔던 연예인 중 한 명이다. 그 같은 연장선 속에서 나온 소신발언이라는 얘기다. 그런 지적도 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 부분은 한번 따져볼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그 따져보는 시점을 2015년 쿠르디 사진이 준 충격에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난민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던 그 때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사회는 그동안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점검을 해봐야한다. 어땠나. 그렇기 때문에 예맨 난민 사태를 두고 단순히 ‘현실은 다르다’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렇다고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무조건 탓할 수만도 없다. ‘공포감’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공포감을 기반으로 ‘난민을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까지 문제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에 대한 ‘혐오표현’인 경우이거나 일부 기독교인들이 해당 사건을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제주 예맨 난민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 중에는 ‘우리도 한 때 난민이었다’ 혹은 ‘불쌍한 난민들을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항변도 들린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뿐더러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함께 봐야한다.

한국사회가 국제사회와 함께 난민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어떤 점검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공포’를 해소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만한 부분은 ‘예맨 난민’들이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느냐는 거다. 어쩌면 난민들에 대한 ‘공포’는 막연한 공포감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함께 어울려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 그렇다면 그 공포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접촉면을 늘리는 수밖엔 없다.

 

난민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다양성’에서 찾아야

난민 문제 해결책은 결국 ‘다양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에서는 현재 얼마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는지 그리고 미디어가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최근 방송에서 ‘외국인’들이 다수 등장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JTBC <비정상회담>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리고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3)는 한 발 더 나아갔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온 외국인들의 시선이 그대로 TV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사회도 다양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많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국가 비중이 ‘유럽’ 등으로 쏠려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러 나라에서 출연했지만 다양성이 확보됐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한국사회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얼마나 더 한국적인가에 따라 열광한다. ‘김치’, ‘된장’ 등 한국문화에 잘 적응한 외국인들을 향해 TV에서는 걸핏하면 “이제 한국사람 다 됐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한국인에게도 호불호가 강한 삭힌 홍어를 외국인들에게 먹이는 TV장면을 볼 때마다 불편한 게 사실이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가도 한번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여러 문화들이 함께 공존하는 다문화.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의미는 아닌 듯 보인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다양성’을 점점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하철1호선 신길역~시청역 구간에서 승하차를 반복하는 ‘휠체어 탑승운동’을 진행했다. 지난해 신길에서 발생한 장애인 추락 사고에 대해 서울교통공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6·13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쏟아낸 ‘성소수자 혐오’ 발언들. 그들이 표로 작동되는 한국사회.

미디어 역시 위험수준을 보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TV뉴스에서는 외국인 범죄에 대해 ‘중국동포’, ‘조선족’ 등을 부각시킨다. 영화 <청년경찰>에서 중국동포를 혐오스러운 범죄집단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었던 사태를 기억해야 한다. 그 같은 보도와 영화는 시청자 및 관객들로 하여금 ‘격리시켜라’, ‘추방시켜라’라고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가.
 

지난 21일 언론연대가 주최한 <촛불, 언론운동의 방향을 틀다:방송정상화에서 빠진 것들>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미디어에서 배제되고 있는 ‘성평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윤 소장은 “거기가 어딘데? 여성들도 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방송심의제도 특정성별영향평가’(2015)에 따르면, 드라마·오락·생활교양·시사토크 등 전 분야에서 남성 출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의 경우, 남녀가 각각 53.1%, 46.9% 비율을 보였다. 오락물의 경우, 71.7% 대 28.3%. 생활교양 62.4% 대 37.6%, 시사토크 64% 대 36%였다. 비단 성평등의 문제만도 아니다. 장애인, 어린이, 노인, 다양한 인종과 그들의 문화는 여전히 미디어에서 배척되고 있다.4)

이 정도면 예맨 난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 시각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한국사회 내 여러 사회적 소수자들이 위협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때여야만 난민 문제 또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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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리 앞에 놓인 숫자들(시사인 2018.6.25.)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2163

‘4.1’ 2013년 아시아에서 처음 한국은 난민법을 제정했다. 2003년보다, 2007년보다 나아졌으리라 여겼다. 착각이었다. 2018년 5월 현재 난민 인정률 4.1%. 전문가들은 스스로 난민 신청을 취소한 이들을 감안하면 3%대 인정률이라 보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4만470명. 이 가운데 2만361명의 심사가 끝났고 839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8%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07년 취재 때와 똑같이 정부는 지금도 난민 소송에 패소하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다. 논리도 똑같다.

 

2) 정우성 “타민족 배척하며 아이에게 세상 사랑하라 하겠나”([중앙일보] 2018.06.27.)

http://news.joins.com/article/22750415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본적인 사회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정씨는 “엄마들이 자식을 키우기 힘들고, 2030세대가 사회로부터의 박탈감과 취업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여성은 늘 범죄에 노출돼 있는 불안한 마음이 있기에 500명의 난민이 갑자기 도화선이 됐다. 그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우리도 힘들잖아’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국민의 얘기들을 귀담아들어 그런 불만을 같이 해결해 나가고, 국민은 정부가 (난민 문제에서) 국제사회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차분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인권보다 난민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거냐고 묻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3)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MBC every1 목 20:30)

홈페이지 소개 : 한국에 처음 와 본 외국인 친구들의 리얼한 한국여행기를 통해 여행 그대로의 보는 즐거움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재미까지 동시에 선사하는 신개념 국내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http://www.mbcplus.com/web/program/contentList.do?searchCondition=001001&programMenuSeq=71&programInfoSeq=62

 

4) 방송심의제도 특정성별영향분석 평가(2015.9): 채널은 지상파 4개 채널과 종합편성 4개 채널 그리고 시청률이 높은 tvN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또 장르는 드라마, 뉴스, 생활교양, 시사토크, 오락 5개 장르에 대해 분석을 실시하였다. 각 채널별로 해당 장르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을 경우 모두 분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분석은 드라마와 오락의 경우에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출연진을 중심으로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방영된 모든 프로그램에대해 내용분석을 실시하였고, 뉴스와 시사토크, 생활교양은 2015년 6월 한달동안 방영된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내용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런 기준에 의해 분석대상으로 포함된 프로그램은 드라마가 68개, 생활/교양은 15개, 시사토크 8개, 오락 88개, 뉴스 7개로 총 186개 프로그램이다. 드라마와 오락은 해당 프로그램의 6개월 치가 분석에 포함되었고, 그 외 뉴스, 생활/교양, 시사토크는 1개월 치를 분석했다. 

http://www.mogef.go.kr/mp/pcd/mp_pcd_s001d.do?mid=plc500&bbtSn=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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