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31일까지 대체 복무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명숙 인권활동가가 지난 6월28일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영거부에 대한 결정과 관련 일부 언론의 거짓 프레임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양심 대 비양심’의 구도로 상정하거나 ‘종교’로 국한시켜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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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거짓 프레임’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6월 28일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의 실현으로서 인정한 역사적 날이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병역법」제5조 제1항에 소정 병역의 종류로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 19조의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려면 대체복무제가 필요한 법률이라고 본 것이다.

현재 병역법 5조에 병역의 종류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만 있고 대체복무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 상태에서 병역법 88조에 입영기피자에 대한 처벌 조항 자체는 합헌이라고 봤다.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 전까지 감옥에 갇혀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공은 국회와 사법부로 넘어갔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의 인정으로 종교와 생명, 정치와 성정체성, 평화에 대한 신념 등의 이유로 총을 들지 않은 병역 거부자들이 해마다 평균 500여 명씩 감옥에 들어간 어둠의 역사를 이제는 끝낼 수 있게 됐다. 유엔 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관한 규약위원회(약칭 자유권위)와 유엔인권이사회가 수차례 한국정부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행위를 시정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오래된 인권침해 사안이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언론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여 사회구성원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양심 대 비양심? 종교적 양심? 거짓 프레임

그런데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고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오해를 부추기는 보도가 있다.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종교적 병역거부로 표기하고 있다. (“종교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시켜라”) 조선일보는 이번 판결이 마치 특정 종교의 이해만을 반영한 것처럼 오해하도록 하는 프레임을 쓰고 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상당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하지만 헌재가 말한 ‘(개인의) 양심’에는 종교만이 아니라 평화나 생명에 대한 신념까지 포함된 것인데도 이 단어를 고집하는 것은 개신교 내의 반발을 더 자극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번 판결로 개신교 내 일부 신도들이 여호와의 증인으로 종교를 옮길까 우려하는 개신교 내의 갈등을 자극하는 프레임이다. 실제 6월 24일 한국교회언론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종교를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1) 당시 71.1%가 ‘종교를 바꿀 생각이 없다’라고 답할 정도로 대체복무제가 종교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또 류근일의 칼럼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권보호대상?” 을 싣기도 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기초사실관계도 잘못됐다.2)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은 ‘병역이 단순히 싫다는 호불호’가 아니라 ‘개인의 신념(그것이 종교이든 평화나 생명에 대한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에 반하는 것이라 도저히 총을 들을 수 없어 거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청와대 청원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명칭을 바꾸자고 올라올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용어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은 법률적 용어로, ‘양심(conscience)’과 일상에서 쓰는 선량한 마음이라는 ‘양심(良心)’과 다르다. 그러니 당연히 군대에 간 사람을 비양심적이라고 규정하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양심(신념)이 있을 뿐이다. 2004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양심의 의미를 잘 설명해준다.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군인은 비양심이라고 규정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그들은 개인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끌려가야 했다.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구금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6개 국가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살생하지 마라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목적의 살상무기를 들고 무기사용법을 배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을 훈련시키는 군대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은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인신이 구속되는 신체의 자유를 저당 잡힐 수밖에 없었다. 군대에 가서 총을 들고 군사훈련을 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국가가 부과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서다. 전과기록이 남아 취업이 어렵다는 후과가 크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헌재는 사회구성원들의 일부라도 그들의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선택지(대체복무제)가 없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결정을 한 것이다.

무엇을 해설하고 무엇을 분석할 것인가

언론의 역할을 권력을 감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 내 편견과 제도의 부재로 인권침해를 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아내고 조명하는 일이다. 때로는 분석과 비판을, 때로는 탐사와 해설을 하면서 올바른 공론의 장이 형성되도록 조력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다. 이번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는 해설이 많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여러 언론들이 그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병역은 뜨거운 감자인 만큼 다양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서울교통방송(tbs)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쉽게 이해하도록 인권단체가 만든 카드뉴스를 올린 것은 그 노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오해 풀어드립니다”

그 외 추가 분석보도가 필요하다면 병역거부에 대한 반발 심리의 작동 배경에 대한 분석일 것이다. 한국 남성들에게 왜 이토록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발이 많은 것일까 보도해야 한다. 그 배경 중 하나는 ‘한국사회의 고도의 경쟁체제와 강한 남성성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문화’와 ‘사회고위층 자녀의 병역면제 경험에 따른 불신’일 게다.

이러한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댓글은 “병역거부로 속여서 공무원시험 준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다. 사실 이런 식의 논리는 공익근무요원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 질문인데도 대체복무제에 달렸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하기 힘든 세상에서 공무원시험 등은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그러다보니 경쟁률도 높고 주변의 사람들이 경쟁대상으로 보이고 많은 사안이 점수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기 쉽다. 게다가 한국은 경제력과 인맥으로 쉽게 취업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혜 채용이 흔하다.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시 등은 그나마 '본인의 실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얼마 안 남은 문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안이 공시와 연관돼 보이기 쉽다. 그런데 병역면제를 받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한 돈 있고 빽 있는 집안 남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영향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전혀 다른 사안과 다른 집단에 동일한 의심을 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공론의 과녁이 형성되는 이유를 분석하는 보도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이 분노의 대상을 제대로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무엇을 해설하고 무엇을 분석할 것인가’를 잘 찾아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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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 10명 중 7명은 대체복무제 도입 ‘찬성’>(2018.5.25. 노컷뉴스)

http://www.nocutnews.co.kr/news/4975290

언론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종교를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1.1%가 '종교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종교를 바꿀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12.4%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교회언론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1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 오차는 95%포인트 신뢰 수준에 플러스 마이너스 3.1%포인트다.

2)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권보호 대상?>(조선일보,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6.28)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1&nNewsNumb=20180629322&nidx=29323

집권측이 앞장서서 병역거부를 합법화해주는 세상. 이건 무정부주의적 운동 상황이지, 국가경영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기존 국가가 지양(止揚)되면 신(新)국가의 무력이 물론 건설될 것이다. 병역거부 보호는 따라서 그 때까지의 ‘기존 체제 흔들기의 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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