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상파의 아침 교양 프로그램에서 결혼과 출산, 교육과 육아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남편도 아내도 노력해야 좋은 가정’ ‘여자의 적은 여자’ ‘너도 나도 사이좋게 지내자’ 등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지 않나요? 차별과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나요?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가 <그녀들의 여유만만>(KBS 2), <기분 좋은 날>(MBC) 등 교양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

<그녀들의 여유만만>, <기분 좋은 날> 제목처럼 내용도 빛나길

 

황소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KBS 새 프로그램 <그녀들의 여유만만>1)이 지난 7월16일 방송되고 있다. <여유만만>의 다른 버전으로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기획의도에서 30대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첫 주에 방송된 주제만 보더라도 새로운 소비문화를 알리거나, 다양한 요리를 진행자들이 셀프카메라로 소개하는 등 기존의 아침 교양방송과 비슷한 듯 다른 지향을 보였다. 이 와중에 기존의 교양 프로그램과 겹쳐진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남편’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하는 MBC의 <기분 좋은 날> 에서도 <여심토크쇼-‘남편이 미울 때’>(7.16)가 방송되었다.

<그녀들의 여유만만> 첫 방송은 ‘아나운서의 남편’, ‘남의 편 남편’을 주제로 삼았다. 새로 개편한 프로그램에서 준비한 코너와, 계속 방영해 온 프로그램의 코너가 같은 주제로 방송된 것이다. 이는 여성을 중심으로 방송을 기획한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보여준다. 프로그램 이름에 등장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진행자이지만,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이 제목에 남성을 등장시키는지 생각해보자) 결국 방송 첫 주에 꺼내야하는 영향력 있는 아이템은 이들의 결혼생활인 것이다.

 

<그녀들의 여유만만> 첫 방송에서 자녀교육도 등장하기도 했는데,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전문가는 의료적 조치를 최소화 하는 것이 ‘자연출산’이라고 주장한다. 전통적 방법에서 가정에서의 출산을 강조하며, 제왕절개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권함으로서 오히려 제왕절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출산과 육아를 ‘아빠와 엄마가 함께 하는 것’ 이라고 강조하지만, 높은 교육열에 대한 부작용과 충고를 받는 대상은 프로그램이 타깃으로 삼는 30대, 더 정확히는 30대 여성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자연출산으로 키운 아이가 결국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을 시청자로 상정했을 때,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근거가 아이를 명문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임을 전제하는, 여성혐오의 그림자를 남기고 전문가의 조언은 종료된다.

 

한편 <기분 좋은 날>의 ‘남의 편’을 소재로 한 방송에서 여성은 남편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사람으로 소비되고, 남성은 역시 이를 유머러스하게 방어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특히 가부장적인 남편과 순종적 아내를 연기하는 ‘상황극’은 주목할 만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애써 재연함으로서 여성 패널들의 답답함은 배가되고, 남성들은 변명 할 창구를 얻어 마음껏 남편들을 변호할 기회를 얻는다. 여성의 문제제기는 가부장제 결혼제도 안에서 겪는 수많은 차별과 불평등을 근거로 하지만, 남성의 변명은 이러한 문제제기를 농담으로 눙치며 빠져나갈 뿐이다. 이런 방식은 결국 ‘너도나도 사이좋게 잘 지내자’는 식의 마무리를 택하게 되는데, 과연 아침 교양프로그램에서 이러한 결론이 반복되는 것은 긍정적인지 의문이다.

만담에 가까운 이야기 중 한 남성 패널은, 여성 진행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아직 결혼 안 했죠?”라고 묻는다. 또, ‘여자들은 남편에게 대꾸해선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집안일을 하게 만들기 위한 여성들의 작전도 이색적인 사연으로 포장되어 등장한다. 콕 집어 말하라, 칭찬하라 등, ‘모르니까 못 찾아서 한다’는 핑계가 계속 방송에 통용된다. 가사노동을 시작하면 계속 해야 할 테니, ‘죽을 때까지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남성 패널이 직접 고백하는 부분은 가히 이 회차의 포인트라 할 것이다.

<기분 좋은 날>, <그녀들의 여유만만> 과 같은 방송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준다는 데에서 긍정적인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재의 한계에도 여성들은 결혼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펼쳐놓고, 공감대를 나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녀들의 여유만만>의 경우 여성이 진행에 잠깐 개입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진행하는 방식에서 <기분 좋은 날>과의 차별점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한계도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남편의 외도 대상인 여성, 시어머니 등 기존 방송이 답습하던 ‘여적여’ 구도를 받아들여 상황극을 하고, 결혼생활 속 고부의 관계를 ‘한 남자를 둔 사랑싸움’으로 요약하기도 한다.

결혼, 출산, 육아를 말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더 많아져야 한다. 여성의 불만과 불편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편과 시가 식구들에 대한 불만을 말할 때 우리 사회와 방송 프로그램이 여성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이 마냥 식상하게 들렸다기보다는, 앞서 언급했듯 이야기를 포장 및 선택하고 진열하는 프로그램의 방식이 더욱 고루하게 보인다.

종영 전 <여유만만> 의 방송 아이템을 보면, <신 고부갈등, 시집살이 VS 며느리살이> 같은 주제가 ‘주부 고민 해결단’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3~5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했을 때 기획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틀, ‘여적여’ 구도 속 지워지는 여성들, ‘남편도 아내도 노력해야 좋은 가정’이라는 결론들. 이러한 방해요소를 깬, 여성들의 더 깊은 이야기가 듣고 싶다.

-------------------------------------------------------------------------------------

1)<그녀들의 여유만만> KBS 2TV 월~금 오전 9시40분

제작 의도: 70년대 후반에 태어나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N세대! 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사회의 핵심 세력으로 떠오르며 더불어 컴퓨터와 함께 성장하면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기존 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에 구 패러다임과의 충돌로 인해 방황하는 세대이기도 한데!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에 N세대로 불리는 30대들에게 스스로 올바른 삶과 행복을 찾아보는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30대의 의한, 30대를 위한 30대의 맞춤형 방송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