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빕니다. 일부 언론에서 보인 선정적인 보도 행태는 실망스럽습니다. <자살보도 권고 기준 2.0>에서 정한 내용에 반하는 기사들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사망 사건을 다루는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전해 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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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같았던 빈소의 풍경과 고인을 능욕한 언론

유명인의 사망보도, 언제까지 ‘도돌이표’만 할 것인가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재난 수준의 폭염과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입구부터 지하2층까지 이어진 추모행렬…. 거기에는 어떤 특권도 없었다. ‘나라의 한다’하는 고위층 인사도 추모행렬에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옮겨서야 조문을 할 수 있었다.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마음에서는 모두 평등했고, 어떤 새치기도 건너뛰기도 없었다. 줄에 서서 조문을 기다리는 고위층의 인사들을 보면서 노회찬 의원이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_인권재단사람 박래군 소장

빈소의 풍경은 딱 사람 노회찬의 삶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갔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와 반올림 식구들이 빈소를 찾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KTX 승무원들이 조문을 다녀갔다. 그가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던 ‘힘없는 자’, ‘가진 것 없는 자’, ‘빼앗긴 자’ 들이었다. 청와대 및 여야 고위공직자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생전 인연이 깊었던 손석희 JTBC 앵커와 배우 박중훈, 방송인 김제동 씨 등도 고인의 사망에 애도를 표해다.

무엇보다 빈소에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노회찬 의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빼곡하게 벽 한 곳을 들어찼다. 노회찬 의원의 빈소는 개인적 인연 그리고 지지 여부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일 뿐.
 

고인을 능욕한 조선일보·TV조선…장삿속 드러낸 MBN

노회찬 의원에 대한 추모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2013년 9월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에 위배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노회찬 의원 사망이 처음 보도될 때부터 문제투성이였다. 사망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1보가 나왔다. 그리고 사망 장소와 동기 또한 단정하듯 보도됐다.

TV조선과 연합뉴스TV는 노회찬 의원의 시신 이송 장면을 생중계해 논란을 빚었다. 과연, 시신 이송 장면이 국민들에 대한 알권리인가. 아니면, 방송사들의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TV조선은 당일 <노회찬 금품 수수 인정…정의당 당혹>(7월23일)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노회찬이라는 사람의 사망보다는 “금품 수수 인정”에 방점을 찍은 리포트는 당혹스럽게 했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언론사라니….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악명을 떨쳤다. 조선일보는 24일 1면으로 고인을 능욕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회찬 의원 사망 기사 옆에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배명고 학생들이 기뻐하는 장면이 실린 것이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선일보는 그 이전에도 노회찬 의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자 관련 리포트를 쏟아냈다. ‘진실보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선일보는 노회찬 의원의 배우자가 운전기사까지 두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가지고 “집안에 아내 전용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면 재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노동자를 대변한다?”라는 칼럼([Why]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1)을 게재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칼럼에는 노회찬 의원이 ‘정의’라고 쓰인 투쟁 머리띠로 눈을 가린 채 돈을 받는 일러스트까지 삽입한 악의적인 보도였다. 해당 칼럼에 대해 당사자의 정정보도 요청이 있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언론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다시 한 번 제기할 수밖에 없는 기사였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대변인은 아내가 운전기사를 둬선 안 된다는 그 천박한 생각부터가 틀려먹었다.

MBN 역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선보였다. <타살설로 시끌>(7월24일)2) 리포트를 통해 고인의 사망을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타살설’이 일각에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신중했어야 한다. 경찰의 발표 그리고 유가족들은 부검을 원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타살의혹을 제기할 것이라면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해야하는 게 아닌가. 단순히 ‘타살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도한다? 그것이 진짜 언론의 역할인가. 장삿속을 드러낸 보도로 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유명인의 사망보도, 언제까지 도돌이표만 할 것인가

유명인의 사망 보도는 이번에도 달라짐이 없었다. 노회찬 의원의 경우, 오히려 ‘진보’라는 정치색으로 인해 더욱더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우리는 얼마 전 샤이니의 한 멤버를 떠나보냈다. 당시 언론들은 종현의 마지막 모습이라며 편의점 CCTV까지 탈탈 털어 보도했고 논란이 컸다. 자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때만도 아니었다. 이전에도, 그보다 더 이전에도 유명인 사망에 대한 보도를 두고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회찬 의원이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남긴 ‘촌철살인’ 어록들이 그렇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2004년, KBS <심야토론>), “청소할 땐 청소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까?”(2018년 1월, JTBC 소셜라이브 인터뷰)까지.

노회찬 의원의 언론 쪽 어록도 있었다. 200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언론관련법(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신문법, 방송법 위법하지만 무효는 아니다”라는 이상한 결론이었다. 그와 관련해 노회찬 의원은 “위조지폐라는 건 분명한데, 화폐로서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입시부정은 있었지만 합격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남은 사람의 몫은 늘 같다. 고인의 뜻을 기리는 것. ‘현역 국회의원’에게 유리한 <정치자금법>을 손봐야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 같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진행된 리얼미터 여론조사(30일)에서 응답자 중 63.6%가 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3)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 되어야 한다. 거대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필수다.
 

정치가 계파와 정당수뇌부가 아닌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공간이 되는 것. 그것이 아마도 노회찬 의원이 꿈꿨던 당운동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대목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들. 바로 노회찬 의원의 사망과 함께 쏟아진 각계각층의 애도 성명들이다. 그것이 진짜 그가 꿈꿨던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 언론의 역할은 그것과 얼마나 다른가.

고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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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 (조선일보 7.2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0/2018072001630.html

"집안에 아내 전용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면 재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노동자를 대변한다?"

"가증스럽다. 정의의 사도인 척 코스프레만 하고, 자기들도 똑같으면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측근 도모(61) 변호사에게 5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가 보도되자 지지자들이 배신감에 휩싸였다.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큼 돈을 받은 경로도 화제가 된 것. 특검팀에 따르면, 2016년 3월 도 변호사는 2000만원은 '산채'로 불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노 원내대표가 찾은 자리에서, 나머지 3000만원은 지역구인 경남 창원을 찾아가 노 원내대표 아내의 운전기사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원내대표와 경기고 동창인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2) "아무래도 미심쩍다"…노회찬 타살설 '시끌'(MBN 2018-07-24 19:31)

http://www.mbn.co.kr/pages/news/newsView.php?news_seq_no=3591811

이번엔 보수 성향 단체로부터 타살설도 제기됐습니다. 드루킹 의혹을 숨기기 위해 노회찬 의원이 타살당한 것이라며 보수 단체 회원들은 특검 사무실을 찾아 부검을 주장한 겁니다. 길기범 기자입니다.

【 기자 】 보수 단체 일부 회원들이 특검 사무실을 찾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부검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드루킹 관련 의혹을 숨기기위해 노 의원이 희생당한 것이라며 타살설을 주장했고, 정확한 사인을 밝혀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 인터뷰 : 김상진 /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 - "드루킹 사건 대충 마무리 지으려고 여론화 작업하고 있는 것 중의 일환이라고 보이는데 그렇다고 보이지 않으십니까!"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이용식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는 일반적인 투신 사건과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3) 리얼미터 설문조사(CBS) , 표본수 501명, 응답률 4.9%, 95% 신뢰수준 ±4.4%p

무선(80%), 유선 (20%) 병행 임의 전화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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