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토론 프로그램 어떠세요? 지나치게 찬반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나요? 또 양당 구도로 토론자가 배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쟁점에 따라 다양한 토론 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 토론자는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명숙 인권 활동가가 최근 토론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합니다. 즉 핵심을 놓친 난상토론, 정치 쟁점으로 협소화, 전문적이지 않거나 안 배식의 패널 배치 등이 토론 프로그램의 힘을 빠지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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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계엄령, 사법 농단도 찬반 토론?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기무사 계엄령문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시절의 사법농단,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밝힌 고용노동부의 현대차, 삼성의 불법파견 및 노조파괴 묵과 등 굵직한 사건들의 내막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공중파 방송 토론을 보고 있으면 사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답답함이 밀려온다.
 

아무 때나 찬반양론

먼저 토론 구성을 주제와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찬반양론 형식으로 구성하는 식상함 때문이다. 어떤 주제는 찬성과 반대, 지지와 비판이라는 구도를 구성해야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토론은 주제에 따라 2각 토론, 3각 토론, 다각토론 등 다양한 구도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주제도 두 개의 입장으로 토론을 구성하려는 건 관성이 아닐까.

특히 여야정치인을 패널로 부르는 관행은 토론의 질을 낮아지게 하고 오히려 사안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곤 한다. 특히 정치인 패널들이 연관성이 없는 정보 등으로 토론의 방향을 틀려고 시도하거나 사건의 진위를 흐리는 경향이 많다. 이럴 때 토론은 산으로 간다.

얼마 전 MBC <100분 토론>(2018년 8월7일 792회)1)가 그랬다. “재판으로 국정 협력”… 양승태의 ‘검은 거래’라는 내용의 토론회에 판사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부장검사 출신의 전 새누리당 의원 김용남 변호사가 패널로 나왔다. 마치 이 사안이 여야 두 정당의 정쟁사안일 뿐인 것으로 오해하기 쉽게 만든 구성이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김용남 변호사는 사법농단이 전 정권(대통령과 측근들)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내부 문건에 오해가 있을 만한 표현을 문제 삼아서 마치 실제 재판거래가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일을 바라본다”, “행정처인 법원행정처의 문건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며 사법농단의 핵심을 흐려놓았다. 재판에 관여하는 부서가 아닌 법원행정처가 재판 이전에 재판에 관한 입장과 접근 방법을 정리한 문서를 분석해 만든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도 부인했다. 사법농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법부의 독립성(법관의 독립성)문제는 가려졌다.
 

그렇다보니 토론은 사법농단의 진상을 어떻게 규명할지, 전교조나 정리해고 사업장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나 콜트콜택 노동자, KTX 노동자처럼 사법농단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는 깊게 다루지 못했다. 공평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아 삶이 피폐해졌는데도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공개 등에 협조하지 않는 현 김명수 대법관 체제의 한계는 아예 다루지도 못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을 막기 위해 혐의가 있는 판사들을 재판업무에서 즉각 배제시키는 방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토론은 난상 토론이 되고 사회자도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런 토론은 왜 하나 싶었다.

KBS <일요진단 : ‘계엄령 문건’ 파문…기무사 개혁 어떻게?>(2018.8.5.)의 기무사 계엄령문건 관련 토론회도 비슷했다. 당시 토론자로 나온 신원식 고려대 연구교수는 67페이지가 되는 원자료는 읽지도 않고 요약본만을 읽고 와서 언론통제계획이나 국회통제 등 기본 사실관계조차 부인하기도 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나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 같은 사건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국민들의 권리를 훼손한 사건으로 찬반양론으로 토론할 주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사법농단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기관의 권한을 넘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국민들이 사법부에 자신의 권리 침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는 절망을 깊게 만든 사건이 아닌가. 그런데도 토론을 그렇게 구성하고 여야 정치인(출신)을 토론자로 배치해 그저 정당의 쟁점사항으로만 단순화시켰다. 그 결과 이 문제를 발생시킨 권력구조와 사법부 내부의 문제를 다루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제도의 한계와 대안모색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토론주제와 패널의 문제

토론내용이 풍부하게 되느냐는 토론자(패널)가 누구인가에도 달렸다. 최근 여러 페미니즘 이슈 중에도 워마드만을 부각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부적절한 토론자를 초청한 것도 문제다. 전자가 프레임 설정의 문제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왜곡을 불러온다면 후자는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토론의 질을 떨어뜨린다. 전자가 방송이 가진 의제 설정 권력을 실감하게 하고 후자는 그 권력으로 토론자의 발언에 힘을 부여해 시민들을 낙담하게 한다.

한 예로 <100분 토론> 790회의 토론자로 나온 정영진 씨는 2017년 까칠남녀에 나와 성희롱하는 상사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성희롱하는 부장님은 남성 중심적으로 살았기에 아는 문화가 그것뿐이라 안쓰럽게 봐야 한다", "당한 사람 마음도 있지만 하는 사람들도 짠하게 보자"고 했다. 그런 그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 발언 자격을 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고 혐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문가도 아니다. 그저 페미니즘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면 토론자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부적절한 주제와 부적절한 토론자 배치는 SBS <스브스뉴스>의 ‘워마드 어떻게 볼 것인가’(은하선, 박가분, 윤김지영, 김태현 출연)가 가장 심각했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후 줄곧 페미니즘을 좋은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으로 구분하는 글을 써 자신을 변명하는 이론을 구축해온 박가분 씨를 토론자로 배치했다. 이는 제작진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나 반성폭력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패널로 나온 김태현 변호사는 해당 주제와 관련된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토론에서 그는 전문가라기보다 일반 남성을 대표해서 말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것이라면 방청석에서 의견이나 질문을 하면 됐을 텐데, 굳이 토론자로 부를 필요가 있을까. 제작진의 의도가 생물학적 성별로 2명을 배치하려는 것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만약 성별을 염두에 둔 배치라면 이 또한 인식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요즘처럼 시사에 대한 이해나 논쟁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방송토론이 의미가 있으려면 토론회 구성이나 토론자 구성은 관성을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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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C 100분 토론 (2018.8.7. 792회)

“재판으로 국정 협력”… 양승태의 ‘검은 거래’

진행: 김지윤 박사 패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판사), 여상원 (변호사, 전 부장판사), 이재화 (변호사,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장), 김용남 (변호사, 전 새누리당 의원)

 

2) KBS 일요진단(2018.8.5.) ‘계엄령 문건’ 파문…기무사 개혁 어떻게?

진행 : 김진수 대담 : 장영달 기무사개혁위원회 위원장, 신원식 고려대 연구교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3) MBC 100분 토론(2018.7.24. 790회) 남혐 vs 여혐...대한민국을 흔드는 위험한 이분법

진행: 김지윤 박사 패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이은의(변호사), 이택광(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영진(시사평론가)

4) SBS 스브스 뉴스 극한토론 (2018.7.20.) 워마드 어떻게 볼 것인가

진행: 채희선 기자 패널 : 은하선(섹스 칼럼니스트), 박가분(‘일베의 사상’ 작가), 윤김지영(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김태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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