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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심 판결, 가십으로 보도한 언론은 ‘유죄’
[0호] 2018년 08월 24일 (금) 14:58:20 황소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media@media.nodong.org

성폭력 사건 또는 재판을 보도할 때 선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사 제목들은 쌍따옴표를 사용하며 가십적으로 내용을 전합니다. 지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판결을 전하는 일부 종편 보도와 시사프로그램들의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황소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성폭력 사건을 가십성으로 전하는 보도 행태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피해자다움’의 허상을 짚는 시사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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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심 판결, 가십으로 보도한 언론은 ‘유죄’

 

황소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8월 14일, 수행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안희정 전 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언론에서 이번 판결에 관심을 모았으나 가십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가운데 <추적60분-안희정 前지사 1심 유죄인가 무죄인가>(KBS 8. 15)은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언론이 지향해야 할 점을 엿볼 수 있던 방송이다.

<추적60분>은 당일 방송에서 수행 비서에게 가해진 위력과 권력에 대한 재판부의 협소한 해석을 지적하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실제로 저임금에 종사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피해자다움”의 허상 지적한 <추적60분>

1심 재판부 판결에 <추적 60분>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것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재판부였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통념을 반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피해자’를 가려내고자 하는 이들과 재판부를 비판한 방송이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러 사례를 전하며, 이들이 어떤 성폭력을 겪었든 외부에 말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말하는 방식 등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재판부가 말하는 ‘피해자다움’은 ‘허상의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법도 있고 범죄가 있음에도 가해자 처벌이 미미하고, 이 가운데 피해자들은 신고와 공론화조차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극복을 위해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겪은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제기했다.

 

   
<추적60분-안희정 前지사 1심 유죄인가 무죄인가>(KBS 8. 15) 화면 캡쳐

 
   
<추적60분-안희정 前지사 1심 유죄인가 무죄인가>(KBS 8. 15) 화면 캡쳐

성폭력사건 보도가 지향해야 할 것들

재판 공방을 다루는 동안, 종편의 뉴스프로그램, 특히 시사토크프로그램은 해당 사건을 가십으로 다뤘다. 이번 판결 직후에 나온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종편의 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김지은씨가 안희정을 보좌했던 업무 상황을 즉 호텔을 예약하거나, 안씨가 좋아하는 식당을 찾는 업무행동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를 하고, "첫 간음 당한 후 安이 좋아하는 식당 예약" 등의 헤드라인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이것은 1심 재판부가 김지은씨에게 강조했던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언론이 그대로 수용하여 내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추적 60분>에서 지적한 1심에서 김지은씨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피해자답지 않음’을 이유로 지적받았다는 문제점을 종편이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편 방송에서는 “위력 증명 불가”라는 문장을 꼭지 내내 제목으로 달아놓고,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방송하기도 했다. 이는 성폭력사건을 보도하는 윤리에 어긋날 뿐 만 아니라, 뉴스를 사건이 아닌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가십으로 삼은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성폭력 통념을 일부 시사토크쇼가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방송들은 피해자의 발언을 부각하면서 마치 성폭행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듯이 기정사실화 하고 방송을 진행한다. 사실 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내용으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았다.

문제가 되는 문장들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상사vs 남자’, ‘김지은, 안희정에게 “행복하게 일했다”’, ‘안 전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와인바에 같이’ ‘굳이 안 지사가 갔던 같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다’ “성폭행을 겪은 여성의 행동은 아니다” “보통의 미투같은 경우”, “네번씩이나 관계” …. 포털사이트의 리플이 아니다. 종편 시사토크쇼의 꼭지 헤드라인이자 진행자들의 멘트이다. ‘5개월간의 위력공방 마침표’와 같은 식으로, 이미 사건이 끝났다는 방식의 서술도 흔하다.

우리는 이미 미투를 외친 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 언론이 전달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 뿐 만 아니라 그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가해자와 어떤 관계였는지 , 왜 곧바로 피해사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지는 목소리였다. 미투를 통해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건에 대한 상징적인 1심 재판이 내려졌다. 재판결과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언론을 향해 반복적으로 해당 사건을 가십으로 보도하는 행태 역시 유죄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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