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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거리의 사장님들
[0호] 2018년 09월 14일 (금) 10:12:50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bumcom@daum.net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들만큼 바쁜 이들이 또 있을까요? ‘거리의 사장님’ 택배 노동자들입니다. 사용자가 숨어버린 탓에 개인 사업자가 되고, 건당 수수료를 위해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감내하는 ‘사장님들’입니다. 누구보다 더 반가운 택배 물품. 택배 노동자들의 얼굴을 보셨나요? 이번 추석, 언론이 택배 업계의 문제를 파고듭니다. 이런 기사를 기대한다고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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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거리의 사장님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쏜살같이’라는 단어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총알이어야 한다. 로켓이 돼야 한다. 고객 주문은 빛의 속도로 접수되고,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창고는 쉴 새 없이 돈다. 주문, 주문접수, 결제, 결제확인, 상품출고, 집화처리, HUB간선상차, 간선하차…

드디어 그들 차례다. 택배기사. 총알처럼 로켓처럼 움직인다. 보낸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물건이 하루라도 늦게 도착하면 난리가 난다. 우리는 그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밤에도 주말에도 그들은 달린다.

우리는 택배기사를 자주 만난다. 출근길에도 만나고 퇴근길에도 마주친다. 이름과 목소리도 익숙하다. 무게가 상당한 물건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고객님이 주문하신 상품을 금일 20~22시 사이에 배송할 예정입니다.” 이런 문자가 도착하면 그들의 노동 강도를 걱정하기도 한다.

조만간 그들은 방송을 탄다. 언론에서는 택배 분류작업의 풍경이나 명절선물로 꽉 찬 택배차량과 함께 “명절이라 물동량이 평소의 5배 이상입니다. 하지만 고객님들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와 같은 택배기사 인터뷰를 내보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아이고, 힘들겠다’ 생각한다.

딱 여기까지다. 매일 만나지만 우리는 택배노동자를 잘 모른다. 매년 같은 화면과 뉴스만 본 탓이 크다. 간혹 나온 심층 보도는 ‘택배 기사 연봉이 1억 원이고,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2018.4.17.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준)이라는 내용뿐이다.
 

   
2018.4.17. 조선일보 인터넷판 캡쳐.

<1년에 1억원 넘게 버는 택배기사 직접 만나보니… >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보자. 여기서 인용한 CJ 대한통운 자료를 보면 CJ 택배노동자 1만7천여명의 평균소득은 세전 551만원이다. 140만 원 가량 되는 각종 비용을 제하면 택배 기사 월 평균 급여가 400만원 수준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실제 CJ대한통운의 수도권 영업소에서 낸 구인공고를 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월~토 8시부터 18시까지, 하루 200~250개를 처리하면 월 급여가 400만~500만+α라고 한다. 초보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한 만큼 버는 정직한 노동”이라고 한다.

진짜일까? 물론 아니다. 함정이 있다. 구인 공고에 보면 단서조항들이 있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에는 ‘개인 능력에 따라 변동’이라는 단서가 있다. 급여는 물론 ‘땀 흘리신 만큼 급여를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라는 조건이다.
 

   
 CJ대한통운 구인공고 캡쳐 

현실은 저 광고와 완전 딴판이다. 택배 판은 비정규직, 다단계 하도급, 특수고용 임금체계가 판을 친다. 이 업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택배노동자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싸우는지 알려면 매일노동뉴스, 한겨레, 슬로우뉴스 같은 언론에 찾아들어가야 한다.

<“택배현장 다단계 하도급이 노동자 생명 빼앗아”>(2018.9.6. 매일노동뉴스)

<정부가 ‘합법’ 인정한 택배연대노조에 “노조 자격 없다”는 CJ대한통운>(2017.12.4. 한겨레)

<혼자 태풍 속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 자연재해보다 무서운 피자배달>(2018-09-10 슬로우 뉴스)

 

   
 

CJ대한통운을 살펴보면 지역 대리점 상·하차 업체는 모두 ‘개별법인’이다. CJ는 이런 외주화 구조에 숨는다. CJ와 각 법인은 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를 내고 건당 수수료를 챙겨가게끔 시스템을 설계했다. 택배노동자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만들면서 CJ는 두 번 숨는다. 상·하차, 분류, 배송 과정에 CJ 노동자는 없다. 절대다수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로 우리가 아는 택배노동자들이다. 하청업체가 고용한 초단기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이 소수 있을 뿐이다.

노동자를 사장님으로 만들어 근로기준법과 노동시간 규제도 피해간다. 택배노동자들은 날마다 몇 시간을 더 일하고, 주6일 근무를 해야만 CJ가 주장하는 ‘그런 400만원’을 벌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도 인정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숨을수록 사고는 빈번해진다. CJ 물류센터에서 올해 8월 한 달 새 두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우리는 택배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사실 택배노동자들은 온라인쇼핑이 일상이 되기 전부터 싸웠다. 열사가 있었고, 노동조합은 깨지고 다시 만들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출고했지만, 아직 우리에게 배송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 언론이 배달할 차례다. 그렇게 알아가고 그렇게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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