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등 21일 고용노동부 서울노동청 앞 기자회견

“열정이란 이름으로 주당 120시간, 130시간, 한 달 500시간 일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조명감독이 되니 고용노동부에서 저를 사업자로 몰았다. 잘못된 관행인 턴키계약을 고쳐야 한다”(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조합원)

“방송환경 더 열악해지고 있다. 합의하지 않은 12시간 몰아치기가 이어지고 촬영 일수는 줄어들었다. 조명 감독을 비롯해 스텝들이 도급 계약자가 아닌 노동자로 법의 보호 받는 노동자로 일하고 싶다.”(조동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 지부 조명분과장)
 

드라마제작현장 스태프 중 조수급만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턴키 계약을 한 감독급 스태프에게는 사용자 책임을 묻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불공정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악명이 높은 방송계 턴키계약 관행을 그대로 방치해 드라마 제작 현장에 미칠 영향은 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청년유니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20일 오전 11시 고용노동부 서울노동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턴키 계약 감독을 사용자로 둔갑시킨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특별근로감독 실시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 △턴키계약 근절 △개별 근로계약 체결을 통한 적정한 노동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 등 노동시민사회가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고용노동부에 요구해 왔다”며 “비유를 하면 호박이 분명한데 수박으로 팔고 있다고 시정해 달라고 한 것인데 고용노동부는 과일에 줄이 파랗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방송업계에서는 노동자들을 사업자 등록을 내게 해 노동자가 아니고 사업자로 만들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내린 시정 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주 언론연대 공동대표 역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인권을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라마, 예능 방송 제작에서 조명, 동시녹음, 특수장비 등의 경우 총액만을 담은 턴키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출장비, 장비사용료, 식비 등의 비용이 모두 ‘용역료에 포함’돼 있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조명팀 등은 감독과 조수 등 최소 4~5명으로 구성되지만 인건비 항목은 없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드라마 제작현장의 눈물을 외면한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며 “방송사와 제작사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고 턴키 계약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신선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조명 촬영 감독의 근로실질을 보면 상당수가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감독들은 사실상 제작사 기획 의도와 피디 등의 업무 지시에 따라 일하고, 스텝 지휘 역시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이어 “턴키계약을 체결한 도급 감독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근거는 무엇이냐”며 “계약 형식이 아닌 근로관계의 실질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종렬 한빛미디어센터 소장은 “방송사 산별교섭 등 사회적으로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CJ E&M과 KBS 드라마 제작사가 턴키 계약 대신 스태프들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턴키 계약 관행이 그대로 유지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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