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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연예 한밤>, 왜 최 씨에게 ‘마이크’를 주었나?
[0호] 2018년 10월 11일 (목) 11:38:42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media@media.nodong.org

누구를 주어로 삼느냐. 이것은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중요한 지점입니다. 특히 성범죄라고 인지했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me too’운동이 벌어졌고, 지난해 언론사에서도 ‘me too’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언론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합니다. 쉽게 진실 공방으로 전합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성관계 영상 협박 논란’으로 다룬 <본격 연예 한밤>(SBS)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언론이 2차 가해에 동원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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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연예 한밤>, 왜 최 씨에게 ‘마이크’를 주었나?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연예인 구하라 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애초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최 씨는 자신이 해당 동영상을 언론에 제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성범죄에 있어서 구하라 씨를 피해자로 본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구하라 씨 전 남자친구 최OO)과 이하 비슷한 리벤지포르노범들 강력징역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지난 10일 기준으로 20만 명(22만3778명)을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2018.10.11)

문제는 이번에도 2차 가해다. 최 씨는 동영상을 구씨에게 보낸 것은 ‘협박이 아니라 정리의 의미’라며 언론 매체를 동원해 변명했다. <한밤>(10월 9일) ‘뉴스마스터’ 코너 “구하라-전 남친 공방전 : 성관계 영상 협박 논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 <한밤>은 법률대리인과 동석한 최 씨를 비추며 “그 날의 폭행 흔적이 남이 있는 얼굴”이라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부터 듣는다. 최 씨는 말한다.

“저도 안타깝게 생각해서 말을 안 했던 거(동영상)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말을 안 하면 저만, 조용히 있는 사람만 더 바보같이 되는 거 같아서, (구하라 측이) 왜 이렇게까지 상황을 만드나 싶어서 이제는 말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구하라 씨 측이 아니라 최 씨다.

SBS <한밤>은 이번 사태를 ‘공방전’으로만 다룬다. <한밤>에서 최 씨는 ‘동영상’과 관련해 “제가 찍은 것도 아니고 제가 가지고 온 제 휴대폰으로 구하라 씨가 직접 찍었다”며 “관계를 정리하는 마당에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고 정리하는 개념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구하라 씨 지인 A씨는 “언니(구하라)한테 사진이랑 동영상을 보냈다고 하고 언론매체에 제보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협박이라고 생각한 정황을 함께 전달했다.

그야말로 ‘공방(서로 공격하고 방어함)’으로 전했다. 단순히 ‘공방’으로 다룰 사안인가? 이번 사건에서 최 씨가 구하라 씨에게 동영상을 보낸 게 ‘협박용’이라는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최 씨가 디스패치에 동영상을 제보하려고 한 정황-“구하라 제보 드릴테니 전화 좀 주세요”, “늦으시면 다른 데 넘겨요”, “지금 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등과 구하라 씨 지인과 나눈 통화 내용 -“올려버리고 협박으로 들어가도 돼”- 그리고 무엇보다 동영상을 구하라씨에게 보낸 행위 그 자체가 그렇다. 그럼에도 SBS <한밤>은 중립적인 위치인 듯 모든 상황을 최 씨의 주장과 구하라 씨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최 씨의 주장은 SBS <한밤>에서 여과 없이 전달됐다. 최 씨는 제보하려한 정황에 “감정이 격해져서 말만 하기만 했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성을 놓지는 않고 (제보 말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구하라 씨가 지웠던 동영상을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에도 최 씨는 “개인 SNS 메시지에 남아 있던 것”, “휴대폰 앨범 같은 경우 비밀번호를 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 SNS가)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구하라 씨가 동영상을 삭제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 씨가 동영상을 개인적으로 SNS에 옮겨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론사에 동영상을 건네지 않았더라도 2시간 시차를 두고 한 매체에 2차례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최씨는 ‘순간 화가 나서’라고 했다. 하지만 ‘동영상의 존재’는 이미 ‘매체’에 전달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씨는 이미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번 사건은 명확하다. 최 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가지고 구하라 씨에게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라고 협박했다는 점이다. <성폭력처벌법> 적용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성범죄가 아닌 게 아니다. 오히려 해당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가 문제다.

그리고 또 있다. 언론. 성범죄에 있어서 누구에게 마이크를 주어야 하느냐는 대단히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미 구하라 측 법률대리인 측은 최 씨의 행보에 대해 “최OO 측의 최근 언론 인터뷰는 영상의 유포를 빌미로 한 협박 및 강요, 영상의 유포 시도라는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SBS <한밤>은 최 씨에게 마이크를 줬다. 그런 점에서 해당 인터뷰는 위험했다. 성범죄에 언론이 접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이다. 그것은 설사 연예정보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피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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