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만들기.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유독 언론들은 민주노총의 파업에는 이유를 잘 따지려 하지 않습니다. 이번 '언론 어때'에서는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가 일부 언론의 민주노총 때리기의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또 민주노총이야?" 를 "또 잘못된 보도야"라고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가 <인권>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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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이유' 묻지 않고, 따지기만 하는 언론들

민주노총이 노동계의 맏형이라며 책임 운운

 

권순택(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또, 민주노총이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만의 일은 아니었나 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의 적이 돼 버린 조직이 있다. 민주노총.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을 향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1)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사회적 약자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 쪽에서 총파업까지 한다고 하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민주노총을 향해 “너무 일방적이고, 말이 안 통한다”고 말했다. 대우차 노조 간부 출신이기도 한 홍영표 원내대표는 GM노조를 향해서도 “툭 하면 폭력을 쓴다. 미국에선 테러 행위”라고 발언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때리기에는 언론들도 한 몫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기득권(혹은 귀족노조)’이라는 논리와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하다’는 주장은 이미 오랫동안 언론에서 떠들어왔던 얘기들이다. ‘국민들의 인내심’을 들먹거리는 것 또한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촛불청구서’, ‘촛불혁명 지분론’이라는 단어가 더해졌다. 한국경제는 <민주노총·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 아니다>(11월 7일)2) 사설에서 “온갖 ‘친 노조’ 정책으로 해줄 만큼 해줬는데 들이미는 ‘촛불청구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 극복 못하면 ‘일자리 정부’ 앞날 어둡다>(11월 13일)3) 사설을 통해 “걸핏하면 공공장소나 기관·사무실을 점거하는가하면 ‘파업’을 무기로 내세우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른바 ‘촛불혁명 지분론’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이익만 관철하려는 행태”라고 썼다.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한결같은 언론, 촛불이란 수식만 더 늘어난 셈이다.
 

“민주노총이 고용 세습에다 사업장을 돌며 자기 조합원 고용을 압박하고 툭하면 총파업 으름장이니 국민 인내심은 벌써 바닥났다. 정부만 정권 창출의 일공공신으로 여겨 모른 척, 못 본 척해왔을 뿐이다.…(중략)…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온갖 ‘친 노조’ 정책으로 해줄 만큼 해줬는데 들이미는 ‘촛불청구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_한국경제 사설 <민주노총·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 아니다>(11월 7일)

“걸핏하면 공공장소나 기관·사무실을 점거하는가하면 ‘파업’을 무기로 내세우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른바 ‘촛불혁명 지분론’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이익만 관철하려는 행태다.…(중략)…민주노총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첫 성과물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도 반대하고 있다. 주52시간근로제 때문에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연구개발 직종이나 중소기업은 존폐마저 걱정할 정도로 고충을 겪고 있다.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걸린 절박한 문제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겠다는 취지를 무시한 민주노총의 반대는 그야말로 조직 이기주의의 극치다.”

_중앙일보 사설 <민주노총 극복 못하면 ‘일자리 정부’ 앞날 어둡다>(11월 13일)

민주노총을 ‘맏형’이라며 책임성을 운운하는 언론들

달라진 점도 있다. 언론들이 말하는 민주노총의 ‘위상’이다. 책임을 주문하려면 그에 걸맞은 위상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일까. 대다수의 언론들 또한 ‘높아진 위상’을 강조한다. 동아일보는 ‘맏형’이라는 수식어까지 들먹였다.4) 그동안 민주노총을 ‘맏형’ 대우라도 해줬던 동아일보였던가. 씁쓸하다.

“촛불집회 이후 1년간 민노총 가입자가 10만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문제는 커진 덩치와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은 외면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중략)…실업자가 100만명이 넘고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든다. 노조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에 비하면 민주노총은 귀족노조의 집합체라는 비판도 나온다.…(중략)…민주노총의 총파업 등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마저 왜곡될까 두렵다”

_서울신문 사설 <도 넘은 민주노총 몽니 지속해선 안된다>(11월 8일)5)

“민노총 조합원은 8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5%도 채 안 되는 수치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노조가 속해 있어서 그간노동계의 ‘맏형’으로 대표성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경사노위라는 큰 사회적 대화의 장에 굳이 민노총을 노동계 대표로 초청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집안 살림 걱정은커녕 집에 들어올 생각이 없는 맏형을 가족들이 계속 어르고 달랠 이유가 있을까.”

_동아일보 광화문에서 <강경파에 휘둘리는 민노총 노동계 ‘맏형’ 자격 없다>(11월 13일)

일관되게 민주노총에 ‘회초리를 들라’고 요구하는 언론도 있다.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사설 <도심과 건물을 제 집 안방처럼 점령하는 민노총>(11월 12일)6)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민노총이 권력을 휘두르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그러나 회초리 아닌 말뿐이다. 민노총 행패는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14일에는 <“민노총은 말이 안 통한다” 불평만 말고 법대로 하라>7) 사설을 통해 “온 나라가 민노총 판”이라며 “말만하지 말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파업하는 이유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들은 여전히 일방적이다. 민주노총이 파업을 왜 하는지 주목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첫 성과물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도 반대하고 있다”8)고 민주노총을 비판한다. 여야정이 합의한 것이라면 노동계는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인가. 참으로 재밌는 논리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은 정확하게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요구에 역행한다. 지난 2월 국회는 노동특례 조정 등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노총에 ‘양보론’을 제기하는 언론매체들은 그것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정부여당이 들어줬으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받으라는 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고용노동부는 7월 1일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노동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 등 장시간 노동 원인 해소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시정 기간을 최장 6개월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처벌유예 기간을 둔 것이다. 한편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발간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노동시간 단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방송업’을 예로 들면 이렇다. 국회는 ‘방송업’을 노동특례에서 제외시켰다.9) 이로써 노동자들은 지난 7월 1일부터 주68시간 노동이 적용될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처벌유예가 발표되면서 여전히 드라마 제작현장에서는 “밤샘촬영”이 난무하며 노동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보면 더 황당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10) 노동시간 단축 적용 사업장의 경우, 2019년 12월 31일까지 특정 주의 최장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포함해 80시간(휴일 2일 16시간)으로 운영가능하다는 것이다. 월화-수목 미니드라마 한 편(16부작)을 찍는데 통상 5~6개월 정도의 시간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 경우,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 적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노동자들은 ‘프로젝트형 노동에 탄력근로제 적용은 불가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의 실체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더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려 움직이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할 준비 그리고 의지가 없는 사용자이다. 그들에게 ‘처벌유예’를 넘어 아예 법적으로 노동시간 확대를 보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과연, 이것을 노동계가 받을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의 조합원수는 83만5000명에 이른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전체 노동자들의 4%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이것을 두고 노동자 대표 행세하지 말라고 지적한 언론(조선일보, [사설] <한상균, 무슨 자격으로 ‘2000만 노동자’ 대표 행세하나>11), 2015년 12월 9일)도 있었다.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여전히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엄연히 나와 있는 노동3권이 이렇게 지독히도 대한민국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데에 언론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민주노총의 책임을 운운하기 이전에 본인들의 책임부터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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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C 뉴스데스크 노동계와 ‘선 긋는’정부여당… "조급함이 개혁 가로막아“ (2018년 11월 8일)http://imnews.imbc.com//replay/2018/nwdesk/article/4923043_22663.html

2) 한국경제 [사설] "민주노총·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 아니다" (2018년 11월 7일)http://news.hankyung.com/article/read/2018110716901

3) 중앙일보 [사설] 민주노총 극복 못 하면 ‘일자리 정부’ 앞날 어둡다 (2018년 11월 13일)https://news.joins.com/article/23118811

4) 동아일보 [광화문에서] 강경파에 휘둘리는 민노총, 노동계 ‘맏형’ 자격 없다 (2018년 11월 13일)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40100000034/3/70040100000034/20181113/92845158/1

5) 서울신문 [사설] 도 넘은 민주노총 몽니 지속해선 안 된다 (2018년 11월 8일)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109031004&date=2018-11-09

6) 조선일보 [사설] 도심과 건물을 제 집 안방처럼 점령하는 민노총 (2018년 11월 12일)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1/2018111101422.html

7) 조선일보 [사설] "민노총은 말이 안 통한다" 불평만 말고 法대로 하라 (2018년 11월 14일)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3/2018111304161.html

8) 중앙일보 [사설] 민주노총 극복 못 하면 ‘일자리 정부’ 앞날 어둡다 (2018년 11월 13일)https://news.joins.com/article/23118811

9)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 p.27

10)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 p.30

11) 조선일보 [사설] 한상균, 무슨 자격으로 '2000만 노동자' 대표 행세하나 (2015년 12월 9일)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08/20151208042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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