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언론에 기록된 ‘사회적 타살’을 살펴봤습니다.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는 ‘여론이 관심을 가질 때만 주목한 것은 아닌가?’라며 필자 자신에게 질문합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광장의 외침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외쳐지고 있습니다. 2018년 매주 연재됐던 <‘언론 어때?’>는 이번 칼럼으로 올해를 마무리 합니다. 필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며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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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사회적 타살’, 언론은 어떻게 전했습니까?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한 노동자가 사망했다. 12월 10일 택시기사 최 모 씨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분신했다. 최 씨는 “카풀이 저지될 때까지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언론에도 손을 내밀었다. 최 씨는 손석희 JTBC 사장에게 유서를 남겼다.

그는 “(카풀은)출근 시간에 차량 정체를 줄이기 위해 이웃끼리 함께 차량을 이용하는 취지” “(카카오는) 요금을 택시 70~80% 수준으로 하며 20%의 수수료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정부에 유상운송요금 신고를 하고 허가를 얻은 후 미터기를 장착해 정상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들은 택시 노동자의 지적을 따져보지 않았다.

JTBC <뉴스룸>는 최 씨의 사망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10일 <“카풀 서비스 반대” 택시기사, 국회 앞 분신…결국 숨져>, <“택시 수입 적어…가동률 60% 불과” 남기고 간 유서엔> 리포트가 배치됐다.
 

11일에도 <‘카풀 반대’ 10만명 집회 예고…카카오 “일정 재검토”>, <‘카풀 갈등’ 고조되는데…법안은 잠자고 정부는 무기력>, <해묵은 카풀 갈등 ‘핵심 원인’은?…빅데이터 분석해보니>, <‘출퇴근 시간대’ 이견…택시-카풀 서비스 ‘상생’ 묘수는?> 리포트로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손석희 사장은 ‘앵커브리핑’ 코너에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재생, 최 씨의 사망에 다시 한 번 주목했다.

“그의 편지를 받아 든 우리는 기껏 해봐야 늘 그렇듯 상생의 방법은 없는가를 찾아 나서야 하지만 무척 막막한 일이라는 것을 고백합니다.…(중략)…그 마음을 모두 헤아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결코 우리가 함부로 접어서는 안 될 땀에 젖은 이야기들….”_손석희 앵커

JTBC 보도에는 최 씨 사망에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럼에도’라고 말한다. 상생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최 씨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다수의 언론들이 그랬다.

한국사회에서 택시에 대한 반감이 크다. ‘승차거부’, ‘바가지요금’, ‘불친절’, ‘성희롱’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 씨의 사망에도 여론은 택시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래서일까. 언론이 최 씨의 죽음을 다루는 방법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JTBC는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켰다고 해야 할까.

KBS 단신 … 그나마 SBS에 등장한 ‘불법 유상여객운송행위’라는 말

KBS <뉴스9>에서 최 씨의 죽음은 그저 23초짜리 ‘단신’에 불과했다. KBS는 “오늘(10일) 오후 2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택시 노조원인 57살 최 모 씨가 운전석에서 휘발성 물질로 불을 붙여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다 숨졌습니다.”, “택시노조 대의원인 최 씨는 오늘(10일) 오전 노조 간부에게 전화해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분신하겠다’라고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는 두 문장이 끝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카풀 때문에 다 죽는다”던 택시기사 분신…사망>과 <반발 속 1주일 뒤 ‘정식출시’…카카오 측 “안타깝다”> 리포트로 다뤘다. 사건사고 중심으로만 관련 소식을 전했다.

최 씨의 문제제기를 그나마 제대로 지적한 지상파는 SBS <8뉴스> 뿐이다. SBS는 10일 <“카카오 카풀 반대”…택시 기사, 국회 앞에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사건 중심의 보도와 함께 <‘카풀’ 영업 코앞인데…“위법 소지” “안전은?” 곳곳 논란> 리포트를 배치했다.

SBS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피해간 단어를 꺼내들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의 인터뷰를 통해 ‘불법 유상여객운송행위’라는 주장을 정확히 짚었다. SBS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운송업 관련법이 적용되지 않는 카풀 서비스는 운전자의 범죄 경력이나 면허 검사를 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에서도 직업과 상관없이 카풀 운전자를 모집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정식 서비스 개시 일주일을 앞두고 중재에 나선 여당 TF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씨의 지적에 대한 최소한의 답이 들어있다.

언론사는 사회갈등에 대해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문제든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한다는 점이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카카오의 서비스를 ‘카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택시업계와의 간극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풀’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택시기사들은 ‘불법 유상여객운송행위(=유사택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이들끼리 하나의 차량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 할텐가. 하지만 카카오 서비스에는 ‘돈’이 오간다. 차량제공자들은 카카오에 등록을 해야 하고 손님을 받는다. 카카오도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챙기다. 택시기사들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거기다 카카오 서비스 차량제공자들은 규제도 받지 않는다. 그 또한, 택시기사들 입장에서는 동일서비스 차별규제일 수 있다.

“다음 카카오 카풀을 수용하지 않으면 출퇴근 시간 때 택시 부족 현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 사회적으로 해소해야할 문제는 ‘출퇴근 시간 택시 부족 현상에 따른 불편’이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등 운송서비스 업계와 정부, 국회가 머리를 모아 해결해야할 문제다. 언론이 정작 짚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공유경제”, “상생”만 이야기하며 근본적인 갈등 원인을 눙칠게 아니고 말이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선 위에 서 있는 사람들

2018년 1월부터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을 살펴보면 빼곡히 ‘사회적 타살’이라고 명명해 기사화됐다.

택시기사 최 씨가 사망 소식이 있던 바로 다음 날(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스물다섯 살의 김용균 씨. 그는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석탄을 옮기다 설비에 끼여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을 2인 1조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사망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책임자 혼내고, 정규직전환은 직접고용으로”. 누구보다도 안전노동에 대한 염원이 컸던 김 씨였다.

한 철거민의 한강 투신 사망사건도 최근의 일이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거주했던 박준경 씨. 박 씨는 살던 집이 강제철거 당하면서 갈 곳을 잃었다. 그는 유서에서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고 한다. “이게 나라냐”라고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는데…. 2018년에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기록조차 되지 못한 사고들도 부지기수다.

사회적 타살. 2018년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갈 때 언론은 무엇을 했나. 국민적인 여론이 관심을 가질 때에만 주목했던 건 아닐까? 택시 기사 최 씨의 사례처럼 여론이 싸늘하다고 하여 죽음마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스스로부터 반성해본다.

2018년이 끝난다. 김용균 씨의 죽음은 막지 못했더라도 ‘제2의 김용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2019년, 언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들의 죽음을 기록, 사회구조적 문제를 분석해 달라.

 

1월 3일_ 온라인 교육 업체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장민순 씨, ‘장시간 노동’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음.

2월 15일_ 서울아산병원에서 신규로 근무하던 박선욱 간호사, 스스로 목숨을 끊음. 사망 전 업무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김.

3월 24일_ 한국지엠(GM)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목을 매 숨져. 공장 폐쇄 여파로 희망퇴직 확정된 상태였음. 그 시기 한국지엠에서 3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함.

5월 2일_ 거제수협에서 일하던 이 모 씨, 아파트에서 투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따르면, 해당 사업소에서는 ‘최저임금법 위반’, ‘임금체불’, ‘비정규직 차별’ 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

6월 27일_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 김 모 씨 사망. 쌍용차에서 발생한 서른 번째 비극. 배우자에게 “고생만 시키고 마지막에도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 사는 게 힘들겠지만 부디 행복해라” 메시지 남김. 해고자 복직이 조금 더 빨리 결정됐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죽음.

8월 22일_ 경기도 김포 건설현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던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 8m 건물 밖으로 추락, 보름여 만에 사망. 현장을 목격한 이주노동자들은 “단속반이 창밖으로 달아나려는 딴저테이의 다리를 붙잡아 중심을 잃고 지하로 추락했다”고 증언. 하지만 경찰은 단속반에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림.

10월 23일_ KT서비스 북부 소속 노동자 A씨 작업 도중 추락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을 거둠. 2018년에만 인터넷·전화·IPTV 작업 도중 노동자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음. 5월, 작업 중 슬레이트 지붕에 추락한 노동자 사망. 7월, 태풍이 오던 제주에서 전신주 나뭇가지 제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 추락해 사망. 돌연사까지. KT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

10월 29일_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하차 작업을 하던 택배 노동자 유 모 씨,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숨져. CJ대한통운 역시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음. 8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사망한 바 있음.

12월 3일_ 마포구 아현동 철거민이었던 박준경 씨, 한강에 투신해 사망. 강제철거로 인해 삶터를 잃었던 박 씨는 오갈 데가 없자 극단의 선택을 함.

12월 10일_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던 택시기사 최 모 씨, 국회 앞 분신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둠.

12월_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5살의 김용균 씨, 사망한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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