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27일 토론회 개최

TBN·SBS, 계약서 자의 수정해 악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집필 표준계약서 도입 1년, 김작가에게 무슨 일이?’라는 토론회를 열고 집필 표준계약서 악용 사례를 폭로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의 사회로 이기태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 박사, 도미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계약서TF팀장, 신선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28일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계약서에 △ 부당한 계약 취소, 부당한 원고 집필 중지 및 원고 인도 거부 행위 금지 △ 원고 저작권 명시 △ 2차 사용 및 전용 시 권리관계 명시 △ 이의·분쟁 발생 시 해결 절차 등을 담았다. 또 “본 표준계약서에는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원고 집필활동 및 사용과 관련된 계약에 적용된다”라는 내용을 첫 줄에 명시해 계약서가 ‘저작권 보호’ 중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방송국이나 제작사들이 표준계약서를 자의로 수정하여 합법적인 해고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저작물이 없는 작가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어 보완이 시급하다.

신선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자료조사원, 취재작가 등 집필 표준계약서에 적합하지 않은 방송작가들이 많다”며 이들을 위해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체부는 표준 계약서를 배포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나 오해가 있음에도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경빈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정책국장은 △표준계약서 내용보다 계약해지 사유를 현저히 확대해 일방적인 해고가 가능하도록 변형 △중대한 사정변경 혹은 방송 개편 등 사유로 계약기간 중 일방적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변형 △작가나 스태프 등에게 과도하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계약 내용 변형 △작가나 스태프 등의 방송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들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방송작가들에게는 현저히 불리한 내용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TBN 한국교통방송이 작가에게 제시한 계약서를 살펴보면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구성력이 떨어지면’,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지적 등을 당할 시’ 작가를 해고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자의적으로 넣었다. 이는 방송작가지부의 부당계약 경고 등 반발로 계약서 체결 추진이 전면 중단됐다.

SBS의 한 시사프로그램은 집필계약서 중 핵심인 계약 기간 ‘합의’ 변경을 일방에 의한 ‘즉시 종료’로 바꾸기도 했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본계약 기간은 개편, 편성변경, 원고수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변경된 계약서는 ‘계약 기간은 개편, 편성변경, 원고수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만료일 이전이라도 계약이 즉시 종료될 수 있다’로 수정됐다.

이 같은 불공정 계약으로 해고된 도미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계약서TF팀장은 “SBS는 권리 분쟁의 영역이라며 소송을 하려면 하라고 했다. 작가 개인이 지상파 방송사를 상대로 어떻게 소송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작가 개개인이 방송사나 제작사와 1대1로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 탓에 불합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수정을 요구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짚은 뒤, “그나마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작가들과 표준계약서를 체결했으나 외주 제작사에서 일하는 작가들은 계약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계약서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이 전혀 안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태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 박사는 “표준계약서를 회사에 권고할 순 있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현재 문체부에서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포함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인정해주는 표준계약서 인정기준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와 방송작가유니온이 2016년 3월 실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624명의 응답자 가운데 6.6%(42명)만이 서면 계약을 체결했다고 답했고 구두계약을 체결했다는 응답이 68.8%(447명), 노동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업무를 시작했다고 답한 비율이 24.6%(151명)에 달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프로그램 콘텐츠는 다양하게 변화하지만 작가의 고용 안정성은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며 방송노동시장에서 작가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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