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윤리 회복 위한 언론사 내부 교육도 필요”

한국여성민우회, 9일 레이첼카슨홀에서 긴급토론회 

기자들의 불법촬영물 유포는 그동안 ‘취재’라는 이름하에 한국사회의 강간문화를 방조해왔던 언론의 관성이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자, PD 등으로 구성된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서 취재 등으로 확보한 불법촬영물을 올리고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공유해 성폭력특별법과 정보통신망법을 어기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는 지난 9일 오후 3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긴급토론회 ‘강간문화의 카르텔: 언론의 젠더감수성과 저널리즘 윤리’를 열어 언론계의 젠더 무감성을 지적하고 저널리즘 윤리 회복을 촉구했다. 

 최이숙 동아대학교 교수는 발제에서 “일부 언론인들의 일탈이나 일부 남성기자들의 박약한 젠더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지난 수십 년간 언론계 내에서 취재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왔던 문화가 만들어낸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지적한 뒤 “한국 언론 환경을 볼 때 이번 단톡방 사건은 터질 게 터진 것”라고 비판했다. 

최이숙 교수는 “이런 문화의 흐름을 바꿔내기에는 여성언론인의 수는 너무 적었고 내부 견제 새력의 힘은 너무 약했다”며 “오랫동안 기자 집단은 내부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해 성찰하는데 인색했으며 외적 압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의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수습기자 교육은 교육보다 훈련의 성격이 강하다”며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이경 디지털 성범죄아웃(DSO) 활동가는 “지난 4월 15일 트위터 DSO 공식 계정을 통해 부적절한 단톡방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으며, 단톡방에 참여한 기자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정보를 서로 요구하고 이를 유희거리로 소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는 지난 10일 단톡방에 참가한 기자, PD 등을 정보통신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고이경 활동가는 이어 “취재로 얻은 개인정보를 공공연하게 기사화해서 콘텐츠로 소비하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며 “언론사 내규에 개인정보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은 “저널리즘 윤리에 대한 일회성 교육보다는 언론사 내부의 치열한 고민과 조직문화를 점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윤로 부소장은 KBS의 성평등센터와 성평등 기본규정을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KBS의 경우 작년 11월 방송사 최초로 성평등센터를 개소했으며 지난 4월 성평등 기본규정을 제정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철저한 반성과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기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언론은 사회의 공기’라는 시민적 공감대와 신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훈 위원장은 ‘취재 활동에 있어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의 목적에만 사용한다’는 취재 윤리 강령을 강조한 뒤 “이를 어길 시 반드시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언론노조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성폭력, 성희롱 보도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개개인의 다짐을 촉구하고 성인지 감수성 문제에 대한 교육 진행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이어 “언론노조는 지난 2017년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위해 규약규정을 개정했고 지난 4월부터 성평등 담당자 모임을 시작했다”며 “이후 사측과의 단협 등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사내에서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사건이 알려진 지난 4월 24일 ‘기자 참여 불법촬영물 유포 대화방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