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13일 태영건설 앞 박정훈 사장 체제 연장 반대 기자회견··· 윤 회장 15일 박 사장 연임 강행

 

 SBS의 사장 선임과 관련해 윤석민 회장이 결국 조합원들의 진정어린 의견을 묵살하고 말았다.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등한시한 채 노사 관계를 내팽개친 박정훈 현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전국 1만 5000여 조합원을 대표해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에서 박정훈 SBS 사장의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 이틀 만이다.  

 11월 15일 윤석민 회장이 박정훈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내세우자 언론노조 SBS본부는 곧바로 “박정훈을 넘어 윤석민 회장에게 답하자!”란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SBS본부는 입장문에서 “윤석민 회장은 낡은 리더십을 청산해 조직을 혁신하고 새로운 30년을 열고자 했던 SBS구성원과 노동조합의 거듭된 요구를 뿌리치고 박정훈 사장을 다시 차기 사장 후보로 내세웠다.”며, “박 사장의 재추천은 노사갈등의 지속과 비전 없는 현상유지 외에 위기에 허덕이는 SBS에 어떤 새로운 의미도 가지 못한다.”고 박정훈 사장 체제의 연장 시도에 반발했다.

 입장문에는 이번 사장 임명 동의 투표가 박정훈 사장에 대한 찬반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도 담겼다. “독립경영 약속을 폐기한 윤석민 회장에게 다시 SBS 경영을 통째로 넘겨 줄 것인지를 SBS구성원에게 묻는 절차”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어 SBS본부는 “윤 회장이 지배하던 SBS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참여와 창의 대신 비합리적 지시와 상명하복, 소통 대신 불통, 시청자와 SBS 공동체의 이익보다 지배주주의 취향과 그 측근들의 사익이 판치는 암울한 시기였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 2008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10년 가까이 SBS는 윤석민 당시 부회장의 경영 아래 콘텐츠 수익 빼돌리기와 권언유착을 통한 방송 사유화로 깊게 멍들었다.”고 밝혔다. 또 “2017년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뜨겁게 RESET! SBS! 투쟁을 벌인 이유는 이처럼 방송 독립의 대의명분을 넘어 윤 회장의 경영 개입 아래서는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지난 3월 태영건설 세습 체제 출범과 동시에 SBS 독립경영을 한순간에 파괴했고 조직을 불온했던 과거로 거침없이 몰고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역시 지난 1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본부의 입장문과 같은 이유로 박정훈 SBS 사장의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SBS의 방송과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노사관계를 정상화해 지상파 방송 위기 극복에 나설 혁신적 인물을 사장 후보로 추천할 것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월요일(11일) 국세청에서 SBS 하청업체 후니드에 특별 세무조사가 들어갔다. SBS의 식당, 차량 업무 등을 하청받고 있는 후니드에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재벌이 언론을 사유화하고 이익의 원천으로 삼으면서 제작과 보도에 개입해 온 역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밝히며, “대주주가 자회사를 통한 지분 쪼개기, 이익 터널링 등으로 이익을 챙길 동안 이를 묵인하고 SBS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은 박 사장이 연임을 해선 결코 안 된다.”고 외쳤다.

 후니드는 SK 3세와 윤석민 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SBS와 계약을 맺은 타 용역업체의 2배가 넘는 이익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이달 초 SBS본부가 SBS 미래 혁신을 위한 노동조합 결의문을 발표하고, 13일 언론노조의 기자회견을 통해 박정훈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뜻을 거듭 전했음에도 윤석민 회장이 박 사장의 연임에 나서자 SBS본부는 다음 주 예정된 임명 동의 투표를 통해 조합원의 뜻을 확실히 보여 주겠단 의지를 밝혔다.

 SBS본부는 입장문에서 “과거로 돌아가자는 윤석민 회장의 신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답은 분명히 정해져 있다.”며,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자. 작은 물방울이 모여 바위를 가르는 것처럼 SBS의 진정한 주인인 우리의 권리들을 하나하나 모아내자.”고 밝혔다. 
 SBS 사장 임명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투표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며, 재적 인원 60% 이상이 반대하면 박정훈 사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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