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우 본부장・강성원 수석부본부장 이하 6대 집행부 취임

“교섭대표노조 KBS본부, 수준 높은 저널리즘과 통합에 힘쓴다”

취임 일성은 '새로운 사장・이사 선임절차 마련’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6대 집행부(본부장 유재우, 수석부본부장 강성원)가 지난 5일 출범했다. 이날 오전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400여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취임식을 열고 “자랑스러운 KBS”를 향한 첫 발을 뗐다. 

 

새 집행부의 유재우 본부장은 이 날 취임사에서 “노동조합과 임직원이 힘을 합쳐 방향을 제대로 잡고 변화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갖고 출범하는 만큼 수준 높은 저널리즘과 통합에 힘을 쏟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유 본부장은 또한 “본부장으로서 KBS의 변화와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비판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서운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비판과 직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새 집행부는 출범부터 ‘사장과 이사의 새로운 선임절차’를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흔들림 없는 KBS, 한 번도 보지 못 한 KBS를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하여 6대 집행부는 같은 날 성명 <‘수신료 거부 운동’ 이헌, KBS 이사 자격 없다>를 발표하고 “법이 정한대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한 인물’을 KBS 이사로 추천하는 것만이 공영방송을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 드리는 첫걸음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날 본부장 직을 내려놓은 5대 집행부의 이경호 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평조합원으로 돌아가는 소회를 밝히면서 “혹시 저희(5대 집행부) 중에 투쟁의 경험을 발판 삼아, 적절하지 않은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누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합원들이 과감히 질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보기 좋은 퇴장’을 하겠다는 이경호 전 본부장의 말에 현장의 조합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취임식에 참석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올해 KBS는 유재우 본부장, 강성원 수석본부장과 함께 ‘자랑스러운 KBS’가 되리라 믿는다”고 격려한 뒤, “기나긴 투쟁을 마친 후 다시 정상화를 위해 역할을 하고자 노동조합 대표자 직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경호 전 본부장과 조성래 전 수석부본부장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도 이취임식에 참석해 “노사가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대화하면 KBS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아래는 새 집행부의 출범 선언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6대 집행부 출범 선언문

 

KBS 본부노조는 늘 새로운 길을 걸었다. 

우리에게 누군가 걸어갔던, 쉬운 길은 허락되지 않았다.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이 시작이었다. 

정권의 방송을 꿈꾸는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할 때, 

방패가 되어주는 노조는 없었다. 

사원행동이라는 이름 아래, 300명이 뭉쳤고 1년 뒤, 새노조가 길을 나섰다. 

해고, 징계와 대량의 보복인사가 우리의 일상이었다. 

누군가 마이크를 빼앗기고 본래 일터에서 멀리 내쫓기는 사이

부역자들은 동료와 조직을 팔아 권력의 환심을 샀다. 

 

비뚤어진 권력과 부역자들은 공영방송 사수를 외칠 때마다 우리를 쓰러뜨렸다.

앞줄이 쓰러지면 뒷줄이 나섰다. 

쓰러졌던 이들은 다시 앞으로 달려나와 “또 쓰러뜨려 보라”고 외쳤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권력의 하수인, 사장들에게 거세게 저항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아픔을 제대로 알리는 것보다 정권의 안위를 염려했던 사장, 

온 국민이 국정농단에 분노해 광장을 메울 때, KBS인의 입을 막으려 했던 사장을 몰아냈다.

이들에 맞서 우리는 뜨거운 여름, 차디찬 겨울에 지치지 않고 맞서 싸워 이겼다.

142일 파업이라는 가시밭길을 걷는 중에, 심장이 뜨거운 KBS인들은 일터를 박차고 본부노조의 싸움에 합류했다. 그리고 탄생 10년 만에 우리는 당당히 교섭 대표 노조가 되었다. 

 

공영방송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국민은 차가웠다. 

투쟁의 끝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가?

언론자유에 대한 신념과 동료애이다. 

우리는 무도한 권력이 쓰러뜨린 동료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권리를 침해당하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동료를 마음으로 안았다. 

 

이제 다시, 새노조 앞에 새 길이 열린다. 

 

최장기 파업으로 거듭난 공영방송을 신뢰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높은 수준의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한다. 분열, 냉소, 무기력을 이겨내고 공영 미디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짐한다. 

 

하나, 우리는 강자를 비판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새노조가 걸어왔던 비판 정신을 잊지 않고, 회사 안과 밖에서 치열하게 성찰하고 투쟁한다. 

 

하나, 직종 세대 등 우리를 갈라지게 하는 분열과 차별, 불공정을 단호히 거부하며, 일할 맛 나는 우리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

 

하나, 국민이 참여하고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 사장 선임 절차를 쟁취하여 권력에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공영방송을 이룬다.

 

2020년, 언론노조 KBS본부는 새 길 앞에 망설이지 않는다. 교섭대표노조로 시작한 6대 집행부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함과 동시에 자기 개혁을 이어갈 것이다. 언론자유 투쟁의 동료였던 이들에 대한 비판의 짐을 기꺼이 질 것이다.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걸어가 권력에 흔들림 없는, 신뢰받는 공영방송을 반드시 쟁취하자. 

 

2020년 2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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