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 故 이재학 대책위, ‘비정규직 노동환경’ 조사 결과

일하다 다치면 자비로 치료한다는 응답 ‘5명 중 4명 꼴’

오정훈 위원장 “후진적 노동환경 바꾸기 위해 여러 노조와 연대할 것” 

방송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절반 이상이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을 하다가 다친 경우 자비로 치료를 했다는 답변은 5명 중 4명 꼴로 집계됐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지난 3월 11~19일까지 방송계에서 일하는 피디, 작가 등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자 총 821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직장 내 괴롭힘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불이익 ▲해결대책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책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 체불을 경험한 응답자는 52.4%(430명)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그 중 62.8%(270명)가 체불에 대한 진정 등의 대응을 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또한 방송 제작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리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77.8%(639명)가 ‘자비로 처리한다’고 답했다.

 

답변자 중 66.5%(546명)는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49.8%(272명)가 ‘심각한 편’이라 답했다.

 

아울러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40.2%(330명)는 계약서 한 장 없이 ‘구두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문제라 인식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58.7%(482명)가 ‘낮은 보수(임금)’, 41.9%(344명)가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 부재’를 각각 지적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주 52시간제의 두 배 가량인 ‘10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6.1%(50명)에 달했다. ‘80시간 이상~100시간 미만’이 8.9%(72명), ‘68시간 이상~80시간 미만’이 16.8%(138명)로 각각 집계됐다.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계・방송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방송 제작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수가 표준계약서 한 장 체결하지 못 하는 후진적인 노동환경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책위의 일원이자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방송계 내 비정규직 문제를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 여러 노동조합들이 함께 조직적 체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원진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이같은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죽음으로 항거한 고 이재학 PD를 ‘방송계의 전태일’이라 부르고 싶다”며 “방송작가지부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유가족 대표인 이대로 씨(고인의 동생)는 “저희 형이 받았던 부당한 대우는 비단 형 혼자만의 피해가 아니었다”면서 “형이 바랐던 비정규직 방송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은 미뤄져서도 늦춰져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영기 독립PD(전 독립PD협회장)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아 배가 고프고 노동강도가 너무 심해서 잠을 못 자더라도, 적어도 사람이 죽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며 “21대 국회마저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치고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간과한다면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을 넘어 이 문제에 대한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시민들이 ‘악덕 고용주가 만드는 방송을 보지 않겠다’며 극단적인 시청 중단 선언을 하기 전에 부디 방송사 스스로와 국회,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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