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독립시민행동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오산…끝까지 책임 물을 것”

오정훈 위원장 “방통위는 철회권 유보 조건 발동해 채널A 재승인 취소해야”

MBC의 보도로 채널A 기자의 협박취재와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진 지 50여일이 지난 가운데 언론단체・시민사회단체가 ‘채널A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를 수사하는 검찰에는 검언유착의 의혹을 낱낱이 밝히기를 촉구했다.

 

21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서울 청계천로 채널A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널A는 언론사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통렬한 자성부터 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검찰 또한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로서 부당한 개입을 한 검사가 있다면 엄정한 수사를 통해 낱낱이 진상을 밝혀내 검찰개혁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채널A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단순히 한 언론사의 취재윤리 위반 여부를 규명하는 차원의 일이 아니”라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은 방송사로서 (채널A의) 자격 여부를 포함해 채널A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 밝혔다. 

 

지난 3월 31일 MBC는 채널A 법조팀의 이동재 기자가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사실을 제보하도록 압박했다고 단독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자는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철 전 대표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가족이 다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4월 28일 검찰은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가장 중요한 증거인 이동재 기자와 검찰 관계자의 통화녹음파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20일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당시 방통위는 채널A 측이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향후 진상조사위원회 및 외부자문위원회 조사・검증 결과와 수사기관의 수사결과 등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여했다. 

기자회견에서 오정훈 시민행동 공동대표(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는 “채널A가 과연 진상조사를 할 의지가 있는지, 진상조사의 결과물을 국민 앞에 내놓을 자신감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봐도 그들이 방통위에서 소명한 것처럼 취재윤리를 위반한 ‘협박취재’가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정훈 공동대표는 또한 “검찰은 더욱 한심한 지경”이라며 “스스로 고위검사장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지만 할 수 있겠는가. (검찰이) 채널A에 한 압수수색도 그저 하는 척만 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만 든다”고 비판했다. 

 

오 공동대표는 방통위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보도 뒤) 50일이 넘어가고 있지만, (채널A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아무런 결과를 안 낸다면 방통위도 이 문제를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면서 “(방통위가) 스스로 결정했듯이 철회권 유보 조항을 발동해 채널A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채널A는 당장의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진상조사를 하는 척만 했지, 실제로는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단 재승인 심사만 넘기고 보자는 행동이 아니었나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족벌언론인 동아일보의 한 부분인 채널A는 원래 그들이 가진 디엔에이(DNA)를 속일 수 없다는 듯 또 협박을 하고, 기득권을 실현하는 반언론적 행태를 이어왔다”고 일갈했다.

 

이어 “친일했던 과거, 군부독재에 협력했던 과거도 그랬듯이 다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며 “이제 그들의 진면목을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익명의 채널A 현직기자의 내부 고발 글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제보 형태로 전해진 글에서 해당 기자는 “(사건 이후) 취재윤리를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고 놀랍도록 조용하다”며 “채널A는 심지어 오만해 이번 사건으로 시청자가 받았을 충격과 실망감에 대해 그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에서 많은 취재원과 일반 시민이 채널A를 인정하지 않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면서 “검찰까지 개입됐으니 어영부영 시간을 벌며 버티다 보면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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