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서거보도 총평

언론의 선거보도 - 바뀌지 않는 관행

김서중(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번 4.13 총선은 유권자 혁명이라 불린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 병역.납세.전과에 관한 정보 공개 등 이전 총선과 다른 조건 아래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치권 물갈이라는 선거의 쟁점을 부각시켰으며, 언론은 기존 정치인은 물론 새로운 정치 후보생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언론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이전에 지적 받았던 선거 보도의 문제점을 다시 노정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물론 이전 선거들에서 보여주었던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왜곡 보도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하였다.
이번 선거 보도에서도 고질적인 관행 즉, 지역감정 조장보도, 경마저널리즘식 보도, 피상적이고 선정적인 정책보도 등은 물론이고 병역.납세.전과에 관한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행하였다.
2월에서 3월초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정치인들의 지역 감정 조장 발언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물론 일부의 사설이나 컬럼에서 지역감정 조장 발언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이 또한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보다는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지역구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역 감정 조장 발언의 여과 없는 보도는 지역 감정의 강화에 기여할 뿐이었다. 방송협회의 보도 자제 결의 이후 이런 보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감정 보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언론은 또 선거판 스케치와 여론 조사 보도를 통해 경마 저널리즘식 보도를 되풀이하였다. 선거 진행과정에서 후보들의 선거행위를 엄밀하게 분석하여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선거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피상적으로 보도하고, 여론 조사를 근거로 누가 우세한가만을 전달하였다. 이러한 보도 결과는 결국 후보의 자질에 대한 판단보다는 사표 방지 심리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정책 관련 보도는 정책에 대한 엄밀한 분석 없이 '선심성', 재탕, 삼탕 공약이라는 규정으로 일관하였다. 각 정당.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근거 자료 없이 제시되는 공약에 대한 비판은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혐오감만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 이를 증명하지 않았던가?
병역.납세.전과 공개에 관한 보도 역시 유권자들의 혐오증만을 가중시키는 것이었다. 각각의 사항은 각 후보자 나름의 사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잡범과 고의적인 납세 회피자 그리고 병역 기피자를 시국관련 전과로 인해 재산도 적고 병역의무도 행할 수 없는 사람들과 구별하지 않는 기사작성의 묘(?)를 발휘하였다.
선거 이후 보여준 특집과 뉴스를 통해 노동자 후보, 386 후보들을 '가치' 있게 전달하는 것을 보며 언론의 이중성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언론노보 279호(2000.4.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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