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은 최근 총선 관련 여론 조사 보도를 일제히 하기 시작했다. 방송사의 여론조사 보도 형태를 보면 이른바 격전지나 관심지역을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각 후보 별 지지도를 보도하기도 하고, 각 당의 우세 지역이 몇이냐 하는 식으로 선거 판세를 보도하기도 한다.
또 여야의 쟁점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여론조사는 객관적이다"라는 외피를 쓰고 실제로는 교묘히 특정 정당을 부각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지난 19일 한 방송사는 인천 경기의 주요 관심 지역을 알아본다면서 이 지역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8곳의 각 후보별 지지도를 보도했는데 문제는 이 리포트에서 한나라당 우세지역을 단 한 곳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나다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이 있을 텐 데도 이 여론조사 리포트가 예로 든 지역구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이었다. 일반 시청자들은 분명히 공정하지 않은 보도라고 느꼈을 것이다.
방송사가 민주당 대세론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날 또 다른 방송사는 여야 간 쟁점사항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최근 여야가 서로 격렬하게 붙고 있는 "병역비리 정치인 수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여론조사는 "병역비리 수사 시기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주장 중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하면서 답변을 구했다.
그리고 이 보도는 "총선 이후로 수사를 미루는 것은 정치인의 특권 의식이다"라는 민주당쪽 주장이 옳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민주당 쪽 주장에 동조하는 답변이 48.1퍼센트가 나왔고, "선거를 앞두고 하는 수사는 정치적 목적이 있으므로 연기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쪽 주장에는 28.4
퍼센트가 동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여론조사가 이렇게 나왔다고 해서 "총선 전 병역비리 수사는 적절한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냐는 점인데 이런 점에서 여론조사의 객관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방송사는 지난 12일에도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하면서 인물 호감도를 보도했다. 이인제, 이회창, 김종필, 조 순씨의 순으로 호감을 갖고 있다는 보도였는데, 이 기사에 대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칠 정도로 여론조사의 기본을 망각한 보도였다.
마치 대선 후보 여론조사인 것처럼 인물을 비교했고, 직책도 선대위원장, 총재, 명예 총재 등 제각각인데도 인물을 수평 비교해 민주당과 이 인제씨를 부각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충청도에 부동층이 가장 많다는 점까지 강조했기 때문에 이 의혹은 더 짙어진다.
여론조사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의 공정성 여부를 좀 더 철저히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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