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법 위에 군림하는 세계일보


지난 4월 11일 대법원으로부터 세계일보사가 취한 해고조처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해직 언론인이라는 명예(?)를 안겨받은지 2년 4개월여만의 일이다.
대법원에서의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졌음을 확인했음에도 회사측은 3주가 다가오는데도 가타부타 연락이 없다. 해고된 노조간부가 다시 들어오면 선례가 돼 복직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이고 노조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어서 일까.
작금에 언론 개혁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언론 개혁의 핵심은 언론사 소유구조 개혁이라고 본다. 그러나 언론 개혁의 주체는 언론사가 아니고 언론인과 시민들이 하는 것이다. 언론사로서는 기득권을 틀어쥐고 소유구조 등 개혁전반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 게뻔하다. 당연히 법과 제도를 통해서라도 언론 개혁을 쟁취해야 할 몫은 시민과 언론인 당사자들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담보로 공익을 가치기준으로 삼아 존재해야하는 언론이 자칫 언론사 생존문제에 지나치게 기댈 때 언론사와 언론인의 행위가 국민의 비난과 외면을 종종 받아오고 있는 것을 본다. 이같은 언론사와 언론의 비언론적 행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
자칫 주제넘은 얘길는지 모르겠지만 동아일보 해직기자와 80년 언론사 통폐합에 따른 해직기자 문제는 아직도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역사로 남아 있음을 거론하고 싶다. 20여년이 넘었음에도 해결되지 못함으로 해 우리의 언론 행태가 왜곡됐음을 확인한다. 남아 있거나 떠남으로 해서 모두에게 패배의식을 안긴 것은 우리 언론 역사의 오점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부끄러운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언론 의식을 바로 세울 수 있다면, 언론사 내부의 말길이 막히지 않고 흐르게 언론인과 언론사가 스스로 묶어놓은 족쇄가 풀릴수 있다면 우리의 언론이 국민을 대상으로 억지부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 언론노보 280호(2000. 5. 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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