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 외면하면 총파업

연간 2452시간, 주 47.1시간 노동
선진국 비해 1000시간 길어
임금 유지하며 시간 줄여야


주 40시간·주 5일 근무제가 노동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여전히 언론노동계는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제110주년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올 최대목표로 설정한 주 5일 근무 쟁취를 위해 현재의 노동시간 실태와 외국의 사례 등을 비교 분석한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노동시간은 노동과 자본간의 기나긴 대립과 투쟁의 상징이었다. 노동절의 유래는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미국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어린 투쟁에서 비롯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제일 먼저 다룬 의제이기도 했다. '1919 노동시간 조약'은 하루 노동을 8시간, 일주일 노동을 48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ILO창립 제1호 조약이었다. 16년 뒤인 1935년 국제기준은 주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우리나라는 87년 이후 노동자들의 투쟁 결실로 법정노동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이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노동시간 세계최장국가라는 오명은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10인 이상 상용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97년 주46.7시간이었고, IMF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98년 주 45.9시간으로 줄었다가 99년 상반기에는 다시 주 47.1시간으로 늘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452시간에 달한다. 경제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멕시코나 스페인 등에 비해 연간 700∼800 시간, 선진국에 비해서는 연 1,000∼1,100 시간이나 길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세가지 경로
노동시간 단축은 여가를 늘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실업 시기에 고용을 창출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10년째 그대로인 법정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고 기업의 노사간 협약 노동시간도 주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의 핵심은 잔업 등 초과노동시간에 있다.
기준노동시간을 줄인다 하더라도 초과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삶의 질 확보와 일자리 나누기는 멀어져 버린다. 게다가 저임금 상황에서는 초과노동시간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금왜곡을 불러온다.
나아가 연 2,000시간을 훨씬 넘는 연간노동시간의 단축을 위해 휴일·휴가의 확대도 필요하다. 연간노동시간이 긴 편인 일본의 경우 연 1,800시간으로의 단축을 목표로 주휴 2일제, 연가부여일수 최저 20일 등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82년까지 주40시간 노동제를 유지해왔던 프랑스에서는 82년 주39시간 노동법 통과에 이어 죠스팽 정부 집권 직후인 98년에 주35시간 노동법(고용부 장관의 이름을 따서 오브리법이라고도 한다)을 제창하여 2000년부터 35시간으로 단축토록 했다. 이는 10∼12%를 상회하는 높은 실업상황에서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또한 독일에서도 1954년 독일노총(DGB)이 15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40시간 5일 근무제를 요구한 이래 노동시간은 단계적으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71년도에는 전체 고용인구의 70%가, 74년 말경에는 전체 고용인구의 92%가 주40시간 노동을 적용받는 등 주40시간 노동제가 확대되었다. 산별교섭과 협약체결 형태로 이루어진 독일의 노동시간 단축은 90년 독일통일 이후 장기화, 구조화된 실업문제에 봉착하면서 일자리 나누기 방법으로서 사회적 관심을 이끌었고 그 결과 90년 금속산업의 경우 93년부터 주36시간, 95년부터 주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내용의 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런 사례는 실업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전국민의 75%가 찬성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주40시간 노동 주5일 근무제는 고도성장만으로 실업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자리 유지와 창출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지난 90년에서 91년 사이에 법정 노동시간이 주44시간으로 단축되었던 시기에 노동부에서는 임금지도지침을 통해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임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의 임금수준을 유지하라는 행정지침을 내린 바 있었다.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노동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 시 월소득이 유지되도록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 언론노보 280호(2000.5.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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