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태 관련 IPI총회에 보낸 언론노련 호소문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CBS(기독교방송) 권호경 사장이 자사 언론인들에 대해 심각한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KFPU)은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 참석하는 세계의 언론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권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CBS 살리기 운동본부'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불편부당, 공명정대한 방송을 생명으로
CBS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영방송으로서 이승만 일인독재와 박정희 군사정권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 통일을 일관되게 민중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민주방송'입니다.

- CBS 역사에 먹칠한 권호경 사장
지난 1월22일 권호경 CBS 사장은 집권당인 새천년 민주당의 신임 사무총장에게 축하 화분을 보내면서 '축 총선 승리'라는 리본이 달린 화분을 보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대표적 진보지인 '한겨레신문'에 보도되고 CBS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당 대변인이 항의논평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자, CBS 노동조합(위원장 민경중)이 권호경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 3개월이 경과하고 있습니다.

권호경 사장은 김영삼 정권에 이어 김대중 정권까지 계속해서 충성을 맹세하고,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부 비판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사원이 고통을 받고있는 IMF 상황에서의 도가 지나친 판공비 사용과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파괴공작, 그리고 사장의 용퇴를 호소한 간부들에 대한 부당 징계 강행 등 언론사 사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상식 밖의 행동을 함으로써 CBS 사내 외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권호경 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편지가 사장 비서실 컴퓨터에서 발견되었는데도 자신은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등의 구차한 변명을 일삼고 있습니다. 백일하에 드러난 권사장의 추태는 그동안 정론의 자존심으로 살아온 CBS 사원들뿐만 아니라 전 언론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 CBS의 명예를 되찾고 싶습니다
최근 CBS 재단이사회가 '재단개혁안'을 만들기로 하였고 이 안에는 권호경 사장 재임기간에 대한 외부 경영진단과 사장청빙제도의 도입 등이 들어 있어 권호경 사장의 퇴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호경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CBS 사원들의 요구와 외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 합니다.

- 국제언론 동지들의 힘을 모아 주십시오
언론사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노조탄압, 권언유착 행위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훼손한 장본인인 권호경 사장은 즉각 퇴진하여야 합니다. 세계언론인 여러분이 앞장서서 이러한 방송사 사장의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격인 행위를 규탄하고 시정을 요구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CBS 권호경 사장 퇴진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CBS 노동조합에게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00년 4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 언론노보 280호(2000.5.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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