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몇몇 언론사 사장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실소를 자아 내게 하고 있다.
CBS의 권호경 사장은 지금 세계 언론사 사장들의 모임인 IPI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보스턴에 나가 있다. CBS 노동조합의 민경중 위원장과 김선경 기자 역시 권사장의 정치적 행태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역시 IPI 총회에 참가하고 있다. 민경중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권사장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권사장은 출국하면서 민경중 위원장과 함께 탑승하도록 예약된 비행기 일정을 탑승 직전에 바꿔 버렸다고한다. 권사장은 또 지난 30일 IPI 총회 개막식에서 민경중 위원장과의 조우를 애써 외면하며 대화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 용렬함이 왜 CBS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3번씩이나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를 웅변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민일보의 사장은 김용백 위원장의 30일간의 단식 투쟁 뒤끝에 광고국을 분사한다는 카드를 던졌다. 참으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져버린 비인간적이고 비열하고 부도덕한 행위였다. 광고국을 분사해서 얼마나 수입이 늘고 생산성이 얼마나 더 높아지는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버린 대가로 생긴 그 돈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김위원장은 아직도 두통과 시력 약화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큰 고통은 그런 육체적인 고통이 아닐 것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돈의 화신들, 돈의 노예들과 싸워야 한다는, 그것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싸워야 한다는 분노가 아마도 그의 최대의 고통이 아닐까 추측된다.
KBS의 박권상 사장은 어느 날 갑자기 출근거부 투쟁을 전개했다. 노동조합이 준법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집단으로 휴가를 내고 종종 써먹는 수법 중의 하나이다. 이 수법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런 수법을 우리 나라 최대 언론사 사장이, 공인 중의 공인이 예고도 없이 투쟁의 방법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박사장이 무엇 때문에 그런 투쟁을 했는지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만약 노동조합위원장이 그런 불투명한 행동일 했다면 그는 조합원들로부터 탄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박사장은 역으로 본부장들에게 사표를 받았다고 한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사 사장들이 이 사회의 보편적 도덕 기준에 뒤떨어져 일탈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 언론노보 280호(2000.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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