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사업장 집중 타격 가능


공정보도 언론개혁에 큰 힘
조직확대 시장정상화 주춧돌
근로조건 향상 위해선 필수적


조합원 투표, 5말 6초
(가칭)전국언론미디어노조 건설을 위한 단위노조별 조합원 투표 일정이 잡혔습니다. KBS노조가 지난 9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산별 투표를 5월 29-30일로 확정한데 이어 대한매일신문노조, 한겨레신문노조, 스포츠조선노조, 부산일보노조 등의 신문사 노조도 5월 말 6월 초 사이에 산별 투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6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조합원 투표는 언론노조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9월 말 출범 예정인 산별노조는 많은 한계와 모자라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기업별노조 보다는 훨씬 진전된 조직입니다. 조합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참여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산별노조로 바뀌면 뭐가 어떻게 좋아지는가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당장의 현금을 기대한다면, 아닙니다. 형식을 바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내용이 채워지는 건 아닙니다. 산별노조도 그렇습니다. 조금씩 장기적으로 완성되어가고 그 혜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언론개혁
우선 공정보도를 비롯한 언론개혁 작업에 큰 힘이 실립니다. 기업별노조는 인적 재정적 역량분산으로 언론개혁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소수의 선비적 지사적 언론운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강력한 단일 산별노조는 인적 재정적 역량의 중앙 집중으로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언론개혁운동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MBC노조가 전국단일노조로 전환한 후 공방협을 전국 단위로 진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조직확대에 결정적으로 유리
다음으로 중소 미디어 사업장 종사자의 노조 가입이 폭증할 것입니다. 현재 언론노련은 대규모 신문 방송사는 모두 포괄하고 있으나 50명 미만의 중소 사업장은 거의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소사업장 종사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싶어도 사용자의 탄압등으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산별노조는 이들 노동자의 조직화에 결정적으로 유리합니다. 조합원이 늘어나는 만큼 노조의 힘은 커집니다.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는 악성 사업장에 대한 집중 공세가 가능합니다. 최근 국민일보 사태로 많은 조합원들이 안타까워 하는데 산별노조는 이런 사안에 대한 해결에 결정적으로 유리합니다.

효율성 제고
그리고 소소한 쟁의나 갈등이 크게 줄어들고 소모적인 임단협 교섭구조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산별노조는 그 규모 만큼이나 책임 또한 늘어나며 이는 사업장별 교섭이나 정책에 반영됩니다. 스웨덴은 1900년대 초반 파업이 가장 빈번한 나라였으나 산별노조가 정착되고 난 후 파업빈도가 가장 적은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시장 정상화에 기여
또한 산별노조는 언론산업의 정상화에 기여합니다. '죽고 죽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신문시장 구조, 상상을 초월하는 족벌체제, 가혹한 격무에 방치되어 있는 종사자, 허다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일부 지방신문 및 사이비 언론의 문제 등은 산별노조가 산업적 차원에서 분명한 정책대안을 가지고 다가갈 때 그 해결의 실마리를 내올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산별노조는 사용자에게도 유리합니다. 현재의 기형적인 기업별노조 구조는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부정적입니다.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노사관계가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임금 근로조건의 개선
무엇보다도 산별노조는 조합원들과 전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향상시킵니다. 전체적인 노동 조건의 향상은 기업내 노사간의 문제가 아님은 지난 시기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과 IMF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무자비한 신자유주의의 공세로 노동시장은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신문산업이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한 것은 오래된 일이며 방송법의 통과로 방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노동시장의 변화에 기업별노조로 대응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입니다. 산별노조는 인력과 재정의 중앙 집중으로 효율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미디어산업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킵니다. 산별노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별노조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는 최소한의 울타리는 보장합니다.

단위노조
9월 말 (가칭) 전국언론미디어노조가 정식 출범하면 지금의 단위노조 명칭은 '전국언론미디어노조 00지부'로 바뀝니다. 사업장 단위 지부를 두느냐, 지역 지부로 일괄 편재하느냐의 문제는 산별노조의 조직체계상 핵심적인 사안입니다. 연맹은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해 단위노조 전체를 지부로 편재했지만 금속연맹은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00노조 위원장'이란 호칭은 '00지부 위원장'으로 변합니다. 교섭은 당분간 대부분 사업장 단위로 진행되겠지만 미디어산업의 중요한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산별노조가 사용자단체와 직접 교섭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조합비와 인력이 중앙으로 집중됩니다.
지난 호에서 말했듯 현재 추진 중인 산별노조는 단위노조의 부담을 최소화해 출발하고자 합니다. 산별노조라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적 위력과 의미는 매우 큽니다. 그 시작은 미미하게 보일지라도 그 끝은 창대할 언론산별, 이제 시작입니다.



박강호(언론노련 산별추진위 조직위원장)



/ 언론노보 281호(2000.5.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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