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직필

국민일보 노동조합의 김용백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주주인 조희준 회장이 연봉계약제를 수용할 것을 강요하면서 백기항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회장은 임금을 임의로 30%만 지급하는 등 언론인들의 수치심을 자극하면서 떠날 사람은 떠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종의 고사 작전이면서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꺾는 심리전이기도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 들어 벌써 국민일보에서는 18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들 중에는 부장급을 비롯한 기간 간부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기도 말이 아닙니다.
CBS에서는 민경중 노조위원장이 권호경 사장 퇴진운동을 한달 넘게 벌이고 있습니다. 여당의 중진의원에게 총선 승리를 비는 화분을 보낸 것이 신문에 실림으로써 시작된 CBS 노동조합의 사장퇴진운동은 그 동안 권사장의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가 줄줄이 드러나면서 급기야 중간간부들에까지 확산됐습니다. 부장급 이상의 간부는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간 조직의 핵심 세력입니다. 이들의 이반은 사실상 권사장이 회사를 통솔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권사장은 스스로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고 있고 재단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건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두 사건의 한쪽 당사자가 종교재단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구성원들이 장기간에 걸쳐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의 고통에 비해 당사자인 종교재단이 권위적이고 비타협적인데다 고압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공통점입니다. 더군다나 국민일보와 CBS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수준은 일반 세속언론의 요구 수준 보다 낮은 것입니다. 신의 정의와 도덕성, 그리고 용서와 사랑과 자비를 그 존립 근거로 삼는 종교재단이 세속의 수준 보다 낮은 도덕적 수준을 보이거나 아니면 세속 언론보다 더 세속적인 행태를 보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CBS 재단과 조희준 회장이 성스러움을 회복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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