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세상, 따뜻한 우리들의 매체를

최문순 언론노련위원장



세상이 온통 차가운 적대자들뿐입니다. 도대체 언론인의 긍지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일은 갈수록 힘들고 보람도 없고 고용은 불안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눈초리도 따뜻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는 자들이 늘었습니다. 남아있는 자들은 일이 더 늘고 몸과 마음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자본, 언론 사주들은 더 세졌습니다. 족벌은 더 강화됐습니다. IMF 이후 그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쥐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리해고를 비롯해서 연봉계약제는 물론이고 분사니 뭐니 하는 것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무기들입니다. 그 무기들은 너무나 강력합니다. 언론인들이 전화 한 통화로 언론인의 직을 잃는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옛날 어느 코미디에서처럼 '방 빼'가 우리들의 현실인 것입니다. 이제 언론 사주들 앞에서 언론 자유라든가, 편집권 독립이라든가, 언론인의 양심 따위를 주장하거나 고집하는 것은 곧바로 회사를 떠나거나 분사된 자회사로 나가는 원인이 됩니다. 지조니 기개니 무슨 정론이니 직필이니 지사적 기자상이니 하는 말들은 사치에 불과합니다.
지금 이 나라에 언론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나 쇠나 언론 개혁을 말합니다. 정권교체가 된 후에는 그런 말들이 더 늘었습니다. 심지어 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는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언론개혁은 더 후퇴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그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언론계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돼있습니다. 아니 패러다임이란 말 대신 행동 규칙이 적합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물론 나라전체가 그렇기는 합니다. 바로 돈과 이윤, 이익, 자본의 효율성이 그것들입니다. 이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 자본주들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새 규칙 앞에 '언론인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글쓰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됐습니다. 정부 여당이나 심지어 일반 시민들조차도 언론개혁을 얘기하면서 자본의 권리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모두 우리들에게 차가운 것입니다. 결국 언론인들은 사회 제반 세력들에게 외롭게 포위돼 있는 것입니다. 저항의 수단들을 빼앗기고 그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채..

언론노보를 복간합니다. 언론노보를 복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론노련 2만여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내기 위해서입니다. 언론노련은 우리들의 이념과 활동을 대중적으로 알려내기 위해 미디어 오늘을 창간했습니다, 미디어 오늘은 한편으로는 창간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
노련 기관지를 잃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노련의 목소리를 직접 담는 기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습니다. 또 그 동안 새로운 세대들이 늘어나는데 반해 노동조합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심지어 언론노련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조합원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소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언론노보를 복간합니다. 언론노보는 앞으로 우리 조합원들, 그들이 속한 단위노조, 그들이 모인 언론노련의 어려움을 서로 알리고, 서로 의지하고, 서로 아끼고, 서로 기대는 '따뜻한' 매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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