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파문 방송보도

사실추적 소홀 당사자 공방만 집중
가십거리 양산 로비본질도 못짚어



서신공개로 발단이 된 ‘린다 김’ 로비의혹 파문이 지난주로 일단락됐다. 2주일 가까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오면서 무기도입 로비에 대한 많은 의혹이 제기 됐지만 사건의 진위가 밝혀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의혹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사실에 대한 취재보다는 로비의혹 당사자들의 입에 의존함으로써 로비의혹 해소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더구나 ‘린다 김’이란 인물행적에 치중함으로써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지난주 방송 3사의 아이템을 보면 5월 8일 <부적절한 관계 ‘공방’>, <엇갈리는 주장>, <“두차례 관계 맺었다”> 등이 나갔고 다음날은 <건강악화 입원>, <‘성로비’ 물타기?> 등이 보도됐다. 린다 김이 퇴원한 11일은 <금품로비 안했다>, <‘가수’ 린다 김> 등이 방송됐다.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리포트가 보도됐지만 이번 사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는 미흡했다.

먼저 사건과 관계된 당사자들의 증언이 중요하지만 린다 김과 이양호 전 장관의 부적절한 관계 등 이들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면서도 백두사업의 무기선정 과정은 적법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방이 과연 의혹을 밝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연히 로비 당사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의문을 충분히 다뤘어야 했다.

둘째, 몸로비 의혹에 관심을 집중하다 보니 린다 김의 로비 범위와 규모, 백두사업 자체의 적법성 여부, 로비과정의 군사기밀 유출가능성 그리고 정부기관들의 수사문제점 등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들에 대한 보도는 미흡했다.

마지막으로 린다 김이 기사화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연예인이었을 당시의 행적 때문이 아니라 로비스트로서 무기도입과정에 로비를 벌였기 때문인데도 가수나 영화배우 당시 모습을 보도하는데 급급했다. 린다 김이 로비스트로서 계속 활동을 해온 만큼 백두사업 외에도 그녀가 관여한 다른 무기도입 사업에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짚어보고 앞으로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최근 백두사업에 이어 고속철 기종선정 등 중요한 국책사업에 대한 로비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이 감시와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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