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투쟁의 원천(동아)' '민주화 투쟁의 원동력(중앙)' '민주주의의 우뚝한 봉우리(한겨레)' '민주화의 금자탑(대한매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결정적 불길(세계)'...

이것은 올해 5.18관련 사설을 실은 5개 신문들이 5.18을 평가한 말들이다. 이중 2곳은 당시 언론의 직무유기에 자책(동아)과 죄의식(중앙)을 느낀다고 반성했다.
과거의 태도와 사뭇 달랐다. 5.18은 '되풀이 말아야 할 비극'으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진일보한 평가를 했고 또 일부이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반성을 시도한 듯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주항쟁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작아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96년 초 상당부분 지워진 채 해제된 미국 국무부 비밀문서와 전.노씨에 대한 미흡한 사법처리로 광주항쟁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한겨레와 대한매일만이 발포책임자와 미국의 역할 등에 대해서 사설을 통해 언급했을 뿐 나머지 신문들은 침묵했다.
일간지 10곳 중 5곳이 5.18관련 기획물을 보도했으나 한국일보('80년 신군부 일본서 보도)를 제외하면 5.18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머지 신문들은 광주의 전국화-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기획(동아 조선 대한매일)이거나 5.18기념행사관련 해설(한겨레)등 이었다. 이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 시도한 새로운 평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기획보도였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8일자에 6.25전쟁 관련 특집기사를 실었는데 이는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선은 5.18특집을 하루 앞당겨 17일자에 보도하더니 18일자에는 미국 맥아더기념관서 입수한 6.25사진자료를 화보로 2쪽에 걸쳐게재했다. 중앙도 휴전선답사기를 15일자에 이어 18일자에 2회를 게재했다. 두 신문 모두 6.25를 한달 이상 남겨둔 시점에서 하필 18일자에 이들 특집을 실어야 했던 이유가 있었는 지 자못 궁금하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6.25의 의미가 적지 않지만 굳이 5.18과 함께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두 기획물 모두의 의미를 반감시킨 꼴이 되었다. 결국 이들 두 신문의 의도가 무엇이었던지 간에 신중하지 못한 편집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5월 광주'에 대한 올바른 자리매김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단죄를 한 뒤에 라야 가능하다. 밝혀야 할 진실이 남아있고 사죄해야 할 사람들이 용서를 빌지 않는 한 광주의 비극은 진행형 인 것이다. 진정한 화해 역시 가해자 쪽의 참회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광주의 세계화나 전국화는 공허한 메아리이며 자칫 광주항쟁을 단지 지나간 역사로 화석화시킬 우려가 있다. 신문들이 올해 새롭게 평가한 5.18정신이 립서비스가 되지 않으려면 뼈저린 자기 반성과 함께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것이 이번 민실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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