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산일보 산별돌파 해설

예상 밖 압도적 지지로 9월 출범 청신호

2002년 위기의식, 강한 노조 건설로 표출



산별 첫 삽, 조합원 절대적지지
KBS노조와 부산일보노조가 실시한 산별 투표가 조합원들의 압도적 찬성 속에 통과됐다. 부산일보노조의 경우 투표율 83%, 찬성률 94%를 보였고 KBS노조는 투표율 86%에 찬성률 82%를 기록했다.
이는 조직변경에 필요한 '조합원 과반수의 참여와 참여 조합원 3분의2 찬성'을 훨씬 뛰어 넘는 수치임과 동시에 전체 조합원 기준 3분의2를 넘는 매우 높은 찬성률이다. 부산일보는 지난 88년 언론사노조 중 최초의 파업을 벌여 편집권 독립을 쟁취한 노조이다.
KBS노조 역시 연맹 소속 노조 중 최대 노조로 그 위상과 비중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조직력과 단결력, 그리고 규모 면에서 아쉬울 것 없는 두 노조가 산별 투표를 가장 앞장서 실천하고 또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점은 그 의미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이로써 지난 96년 방송단일노조 추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했던 언론산별노조 건설은 '당위와 대세'를 넘어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로 접어들었다.

노동의 위기, 산별에 희망
조합원들이 보낸 압도적 지지는 다름 아닌 현실의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조정·정리해고· 연봉제·분사·아웃소싱·벤처이동 등으로 노동의 양태는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의 중층화, 일상화에 다름 아니다.
언론사는 어떤가. 언론사간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게임은 끝이 없다. 증면, 방송 시간 연장, 마감 없는 인터넷 신문 등 격무와 스트레스로 언론종사자는 쓰러지고 있다. 이 속에서 기업별노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 당연히 이들 문제는 산업적 차원의 문제이자 전체 노동의 문제이다. 협소한 기업별노조의 틀로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눈앞에 다가온 2002년 상황 역시 노동조합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그 해 1월부터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기업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노조 규모 여하를 떠나 존립할 수 있는 노조는 없다. 기업 단위 복수노조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직종별, 지역별로 노조가 난립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수만 개의 노조가 생겨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민주노조가 설 땅은 없으며 숱한 어용노조와 회사노조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산별노조가 무조건적인 해결책은 아니나 그나마 대안이라는 점에 조합원들은 지지하고 있다. 전체 언론종사자가 하나로 된 산별노조가 산업적 차원에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싸워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가능한 빨리 산별노조를 출범시켜 법 제도의 변화로 인한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이제 시작
KBS노조와 부산일보노조가 산별 투표에 성공함으로써 언론산별노조 건설의 결정적 계기를 만든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산별노조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신발 끈을 다시 매야 한다. 9월 22일 출범 때까지 가능한 많은 노조가 산별노조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하며 특수한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하는 노조도 언론노련을 통한 연대를 지속함으로써 단위노조를 배려해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에 걸맞는 사업계획안을 마련해 산별노조가 힘있는 사업을 펼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산별의 임금정책, 고용정책, 언론개혁정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산별노조 규약, 각종 운영 규정 및 운영세칙, 내규 등의 마련도 소홀함이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산별노조 출범 일년이 결정적으로 중요함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산별노조의 출범과 동시에 안정적인 토대를 구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때 2002년 복수노조 문제는 최소화 될 수 있다. 산별노조의 안정적인 출발은 그 준비에 달렸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대중조직의 성패는 조합원의 참여에 달렸다. 산별노조는 나의 문제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푸는 것이다. 산별노조가 튼튼히 뿌리내리는 데는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렸음을 거듭 확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한 노조는 조합원들이 만든다.


/ 언론노보 282호(2000.6.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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