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와 객체, 그리고 오해

전남일보 살리기와 전남일보 죽이기의 착각


'우리가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전남일보의 미래는 없다.'
'왜 우리 신문이 개혁대상인가'
'왜 노조가 외부세력과 연대해 그러는지 모르겠다.'
편파보도 시비로 안팎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전남일보 구성원들이 내 뱉은 말들이다. 총선편파보도에 따른 관련자 인사조치, 완전한 편집권 독립, 기자들의 자정 등 개혁조치를 신속하게 해 나가야 할 전남일보의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 입장에 따라 인식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조합원 스스로가 나서지 않으면 전남일보의 개혁과 미래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조합원들의 비주체적인 노조활동, 생활의 관성 때문인지 전남일보를 바꾸기 위한 작업에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이번 문제를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혁의 주체로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부 사원들은 인지도와 판매부수, 광고수주, 급여수준 등 모든 면에서 광주·전남지역에서 선두그룹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신문이 왜 개혁대상이냐'며, 시민단체의 항의와 비판을 애써 피해가고 싶어 한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는 '시민단체가 전남일보 죽이기에 나섰다'며, 비난의 화살까지 돌리고 있다. 이들은 전남일보의 총선편파보도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신문들도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총선 출마자들에 대해 비판적 또는 우호적인 보도를 했던 것 아니냐며, 왜 우리 신문만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스스로 개혁의 주체로 나서서 무언가를 바꿔 보려고 애쓰기 보다는 '개혁의 대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의식의 일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개혁의 대상, 표적이 되고 말 것이다.
또 사장을 포함한 회사 일부 간부들은 노조가 시민·언론단체와 공모해 이번일을 벌였다며, 이른바 '음모론 또는 공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회사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알리고, 이를 지역사회문제화해 전남일보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단한 착각과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언론단체가 노조가 요구한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나서고 있을까.
노조와 일부 사원, 그리고 회사간부들의 인식, 목소리가 이처럼 다르다 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리 없다.
이제라도 전남일보 구성원들은 이번 문제가 앞으로 '전남일보의 미래, 내 삶의 한자락'까지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속에서 모든 오해를 풀고, 이번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회사생활, 노조생활을 주체적으로 해나갈 것이다.것이다.


김민영 전남일보 노조위원장


/ 언론노보 282호(2000.6.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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