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 개혁 없이

신문개혁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임동욱(전남일보총선편파보도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광주대 교수)


지금 광주에서는 전남일보의 총선 편파보도에 대한 시민 단체의 항의와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전남일보사에 대한 시민 단체의 항의와 시위는 이쪽 지역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이번에는 비록 전남일보사에만 국한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 언론의 개혁을 겨냥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특히 전남일보 내부 (그것도 사장에 무조건 충성을 하는 충성파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에서는 이번의 항의와 시위가 전남일보 죽이기가 아니냐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말 우리가 죽이려고 하는 것은 언론에 의한 편파보도나 불공정 보도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대상이 전남일보가 되었을 뿐이다. 시민단체들의 생각으로는 단기적으로 전남일보사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신문개혁에 관한 어떠한 선언이나 구호도 공허하고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남일보사는 이제는 민주당에 입당한 이정일 전 전남일보 회장의 당선을 위해 이미 지난 연말부터 치밀한 작업을 벌여왔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가을, 현 사장인 임원식 사장을 중심으로 이정일 선거대책본부를 꾸리고, 미래사회연구소를 개설하였다. 1999년 가을부터 전남일보는 지면 (9월 22일자)을 통해 '물갈이론'을 띄우면서 언론인 등 전문가 그룹이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바람을 잡았다. 또한 총선출마자를 다루는 기사의 경우, 해남진도에 출마할 이정일 후보 관련 기사를 크게 다룬다 (9월 23일). 선거 기간 중에는 이정일 전 회장의 기사와 사진 키우기, 상대 후보인 김봉호는 낙천, 낙선 대상자로 부각 시키기, 여타 무소속 후보나 한나라당 후보의 전과 경력 키우기, 이정일 후보에 유리한 여론 조사만 크게 부각하기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편파 보도는 선거 전날인 4월 12일까지 이루어지며 전남일보사는 공적인 신문을 이정일 개인의 당선을 위해 사유화시킨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신문기사심의위원회의 경고를 가장 많이 받은 사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의 성명서, 전남일보노조의 성명서, 그리고 전남일보 자신의 4월 28일자 1면의 "새 출발을 다짐하며"에서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전남일보사는 지금까지도 공동대책윈원회가 요구한 임원식 사장의 퇴진과 편집권 독립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방안의 제시에 대하여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남일보사는 공대위가 주최한 토론회와 시위에 회사 사람을 동원하여 방해하려는 치졸한 공작만을 일삼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공대위가 주최한 시위에서는 전남일보 측에서 동원한 아줌마들이 시위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시위를 방해하는 작태를 보였다.
이제 전남일보와의 투쟁은 장기적이고 지루한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아마 이것이 전남일보사가 노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들은 시간을 달라는 비공식적인 요구만을 하며 시간 끌기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시민단체가 제풀에 꺾일 것이라는 생각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대위는 소기의 성과를 이룰 때까지 가열찬 투쟁을 할 것이다. 이제 전남일보 사태는 이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전남일보의 개혁은 언론 개혁, 특히 신문 개혁을 위해 뛰어 넘어야 할 산이다. 언노련과 언노련 산하의 개별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이번의 사태가 신문 개혁의 시금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남일보사의 개혁에 힘을 실어 주면서 지켜봐 줄 것을 당부한다.


/ 언론노보 282호(2000.6.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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