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사장 내쫓으며 EBS/방송진흥원 요직 제의

새 부사장 등 핵심 4곳에 모교 전주고 출신 포진


KBS가 사장의 잘못된 인사와 사측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KBS노조(위원장 현상윤)는 "박권상 사장이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잣대로 모교인 J고교 출신들을 핵심요직에 임명하고 이형모 부사장을 면직처리하는 것은 물론, 노조와의 아무런 협의 없이 조직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난달 24일 사측이 단행한 인사에 대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간부 7명은 이번 인사에 항의, 지난 25일 공사 6층 사장실로 올라갔으나 사측이 6층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봉쇄해 1시간 가량 감금당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어 박사장이 항의단을 피해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15명의 조합원이 사장의 차 앞에 드러누워 퇴근길을 막으며 항의했고, 사측은 청원경찰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끌어내며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조는 '박사장의 무능과 무소신, 편중인사에 경고한다', '박사장의 독선, 독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부합의 없는 조직개편안을 전면 백지화하라' 등의 성명을 잇따라 내고, 26일자 노보를 통해 "(이번 부적격 인물들에 대한 편파인사기도와 일방적인 조직개편 강행을 볼 때) 박사장은 KBS를 권력과 자본의 억압과 내부통제에서 해방시키는 해방군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으로 지배하려는 점령군임을 분명히 드러냈다"며 "박사장으로서는 더 이상 KBS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해 조합의 총력투쟁 의지를 표현했다.
노조는 또 "이번 조직개편은 단협 제30조에 명시된 '노조와의 사전협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박사장이 △일방적인 조직개편 중단 △부사장 임명 철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조합의 운명을 걸고 사장퇴진을 포함한 강력 투쟁을 벌인다는 것이 노조의 방침이다"고 밝혔다. KBS노조는 현재 박사장 규탄 철야농성을 8일째 계속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로 면직처리된 이형모 전 부사장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사장에게 특정 학맥 중심의 비선경영을 중단하라고 직언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새 부사장은 물론, 편성국주간, TV2국장, 보도본부장, 정책기획국장 등이 KBS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주고 5인방'이다"고 밝혔다.
이 전부사장은 또 "쉽지 않았지만 방송개혁의 꿈이 물거품될까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사장이 이 전부사장의 면직 조건으로 EBS 부사장직과 한국방송진흥원 이사장직을 제의한 것과 관련, EBS노조(위원장 최 영)는 "박사장이 EBS 사장인가?"를 물으며 "박사장은 망발에 대해 즉각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 언론노보 282호(2000.6.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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