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박권상 사장이 CBS 권호경 사장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사장의 월권이 오만을 넘어 방자함에까지 이르고 있어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전 언론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데도 자신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최근 이형모 부사장을 해임하면서 교육방송 부사장과 한국 방송진흥원 이사장 자리를 제안하는 월권 행위를 저질렀다. 또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방송위원회와 KBS 이사들의 선임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을 선임할 사람을 거꾸로 자신이 선임한 것이다. 심지어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구성에도 개입하려다 좌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사장은 또 공영방송인 KBS 내에 학벌체제를 구축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형모 부사장을 몰아내고 새로 임명한 부사장 1명을 비롯해서 주요 핵심 보직들을 자신의 출신학교 후배들로 채운 것이다. 결국 박사장은 지역주의를 해소를 강조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심하게도 박사장은 학벌체제 구축에 대해 '입증된 바 없다'고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박사장이 안팎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사장은 취임 당시 그야말로 이 시대의 개혁을 이끌어 나갈 선봉장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는 이제 허망한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리고 박사장도 경영독재의 화신으로 타도의 대상이 돼가고 있다.
권호경 사장이나 박권상 사장이나 그들이 가지고 있던 민주화 운동, 언론 운동의 흔적은 오히려 그들에게 욕이 되고 있다. 불행한 것은 그들이 이런 욕됨을 모르거나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민주화에 기여했던 다른 사람들까지 욕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언론노보 282호(2000.6.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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