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방송사 첫 임단협 타결

모래알 조직에서 선봉노조 우뚝


"한가족 의식에서 싹튼 강한 노조"


우리 부산방송 노조는 기네스기록 보유자다. 단일가족으로 최대인 121명.
누가 아버지고 할아버지고 어머니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우리는 한가족이다. 지난 IMF 한파때 많은 사우들이 등떠밀리며 떠나갈 때 비로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지만 이제는 집나갔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우리집 만들기에 하루가 바쁜 우리 노조는 '가족'이다.
98년 8월의 뜨거운 날, 바닥에 앉고 손을 쳐올리며 목청이 터져라 노조를 외쳤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방송노예로 취급받던 우리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초래한 미증유의 경제한파속에 비로소 우리의 현실을 자각했다.
지역민방이 태생적으로 가지는 불리한 방송환경과 열악한 제작여건, 타 민방을 훌쩍 넘어서는 편성비율등 그 어디에도 우리에게 유리한 이점은 전무한 상황속에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내 가족이요 내 노조뿐.
그래서 우리 부산방송 노조는 매우 전투적(?)이다. 물론 1년 내내 강성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어떨땐 회사를 위한 구사대가 아니냐는 질책도 받는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가지는 노조에 대한 신뢰는 마치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와 같아서 아무리 칼질을 해도 갈라지지 않는 물결과도 같다. 이쯤되면 구사대라 욕먹어도 기분은 좋다.
올해 2월 공중파 방송사중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현 김필영 위원장을 위시한 집행부와 대의원들 그리고 우리 조합원들이 하나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민방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노조는 시금석이 되리라 자부하는 것도 노조를 중심으로 엄청 잘 모이는 우리 조합원들의 강한 연대감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현업에 바쁜 조합원들이 복도에서 편집실에서 식당 한켠에서 마주칠 때 나누는 야릇한 눈웃음속에 우리 노조의 위상을 본다.
이제 부산방송 노조는 또 하나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왕 선봉된 거 아예 영원히 하기로. 언론노조 여러분! PSB노조가 나갑니다. 저희만 믿으세요.


/ 언론노보 283호(2000.6.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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