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체된' 상태에 있는 마지막 개혁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 언론에 대해 강력하게 개혁을 요구하는 외부적 요인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가 시장의 요구이다. 즉 세습 족벌 체제의 해체와 경영 투명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IMF 이 후 강화된 주주 자본주의로부터의 요구이고 언론 족벌 뿐 아니라 일반 기업 전체에 요구되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하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는 주로 차입 경영에 의존하고 있는 신문사들에게 은행을 통해서 관철될 것이다.
두 번째가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분단 체제의 해체이다. 신문 족벌들의 가장 큰 존립 근거였던 남북 분단 체제는 그들의 아쉬움 속에서 결정적으로 해체되고 있다. 그리고 남북 분단 체제의 해체는 수구 우익의 지배권과 그들의 정체성, 그리고 이미 약화되고 있었던 그들의 도덕적 정당성을 더욱 빠른 속도로 해체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주었던 적대감에 기초한 편집 방향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셋째가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정권 교체였다. 김대중 정권의 집권으로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는 상당 부분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 정권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정권 교체 전에 내걸었던 언론 민주화를 위한 여러 공약들 때문에, 그리고 차기에 정권을 잃었을 경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언론에 대한 통제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편이다. 또 한나라당도 김대중 정부의 언론 통제를 견제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설사 차기에 집권을 한다고 할 지라도 예전과 같이 언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 정권 교체가 반복될수록 정치 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는 더욱 더 약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다매체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정보가 개인에게 전달되는 비용과 속도가 대단히 절감되고 그리고 그 전달 방식 또한 다양화되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체 독점 체제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기존 매체가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거나 완전히 왜곡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오히려 신생 컴퓨터 통신 매체로부터 기존 매체가 영향을 받는 매체 역전 현상까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외부로부터 개혁 당할 것이다.


/ 언론노보 284호(2000.6.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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