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이 사상최초로 만난 지난주 뿐 만 아니라 6월 중반까지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은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성공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은 반세기가 넘은 분단역사에 가장 획기적인 일이니 만큼 언론이 이러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이런 대사건 속에 매향리 주민들의 몸부림은 묻히고 말았다.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는 지난달 8일 미 전폭기가 포탄을 6발을 쿠니사격장에 투하해 매향리 주민들이 부상을 입는등 피해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 언론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5월 11일부터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는 '폭탄 투하 날벼락' '폭격기 날벼락'등 주민들의 피해가 보도됐다. 다음날에는 '막가는 미군' '오만한 폭격훈련'이라고 보도하면서 미공군의 계속된 사격훈련을 비판했다. 이어 이곳 주민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그동안 불평등한 조약으로 지적을 받아온 SOFA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면개정 해야 한다는 여론이 방송을 통해서 전달됐다. 이처럼 5월 한달 동안 매향리 관련보도는 언론의 주요한 관심이었다.
그런데 이 달 들어서 주민들의 입장보다는 국방부의 발표기사가 주로 전달됐다.
한미 합동조사단의 실사 결과가 발표된 6월 1일의 경우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는 조사결과가 그대로 전달됐다. 조사결과에 대한 일부 의문성제기도 있어지만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다음날에는 '매향리 사격훈련 잠정중단'이 보도됐고 6월 5일에는 '사격장 이전추진'등이 방송됐다. 그러나 매향리 주민들의 반발은 이 달 들어서 강도를 더했다. 한미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있은 이후 연일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지난 6일과 17일 ,19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열렸고 집회를 저지하려는 경찰들과 유혈충돌까지 빚었다. 이런 사실은 일부 방송사에서만 다루거나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향리 주민들이 일부 방송사의 취재를 거부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전후한 시점에서 매향리 문제가 더 확산될 경우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을 우려하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방송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군 주둔은 통일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 양국이 가져온 입장이다. 그렇다면 매향리 사건은 단기적인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미공군 사격장이 마을에 위치하면서 매향리 주민들은 쉴새 없는 폭격으로 난청을 호소하고 매화 향기가 그윽하다는 매향리는 중금속 오염등 환경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장의 마찰이 두려워 매향리 문제를 덮어 두려만 한다면 '제2, 제3의 매향리'가 다시 나올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현안이 되어왔던 미군기지 환경문제와 SOFA 개정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한미 양국의 이해를 더욱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이 이번 매향리 문제를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이 바로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뿐 만 아니라 언론의 제 역할을 다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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