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그동안 신문들은 사설이나 칼럼을 포함해 10여개의 기사를 매일 쏟아내며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정부의 무대책을 질타했다. 그러면 과연 언론은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란 표어가 수십년 전부터 병원과 약국에 붙어 있을 만큼 `의약분업'은 해묵은 과제였고 당위의 목표였다. 그런데도 언론은 의약분업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의약분업이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는 데 소홀했다.
6월 7일과 8일 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를 했을 때도 모의테스트 자체의 허점을 들춰내는 데만 열을 올렸을 뿐 의약분업을 위해 당장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를 공론화하는 데 실패했다.
의사들이 폐업 돌입을 선언하자 그제서야 의사들의 집단행동 배경을 알아보느라 서둘렀으며 의료대란 현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전달하기에 급급했다. 의약분업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보니 대부분 명쾌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양비론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
또한 의사들의 폐업 철회로 7월 1일 의약분업 실시가 기정사실화되자 그제서야 `약국에 약이 없어 제대로 실시되기 힘들다'는 등의 `뒷북치기식' 보도태도를 재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의약분업의 조속한 실시를 강조하며 의사들에게 혹독한 매질을 가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보완책 강구에 무게를 싣는 인상을 비췄다.
전문기자의 강점이 돋보인 신문은 중앙일보였다. 두 명의 의학전문기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앙일보는 6월 19일부터 `긴급진단 의료개혁' 시리즈를 5차례에 걸쳐 연재하는가 하면 6월 20일자 `전문기자 진단'을 통해 의료대란의 핵심 고리를 짚어냈다. 20일자 각계 대표 인터뷰와 26일자 각계 관계자 지상대담도 발빠른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학전문기자가 의사 출신이어서 균형추가 의사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비판도 불러일으켰다. 의학전문기자가 쓴 것은 아니지만 의사협회가 연일 신문광고에 중앙일보의 칼럼을 실은 것도 `중앙일보는 의사 편'이라는 의혹을 사는 데 한몫했다.
이 대목에서 또 하나 생각해볼 일은 노동자 파업과의 형평성이다.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이라느니 `국가 신인도가 추락한다'느니 하는 서슬 퍼런 기개는 과연 어디에 갔을까. 노동자 파업 때도 이번처럼 파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냈다면 번번이 노동자의 참패로 끝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지하철 파업이나 현대자동차의 파업의 대가는 불편과 손해에 그치지만 의사의 진료거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담보로 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병원노조의 곱지 않은 시선을 통해 병원장들의 `이중잣대'를 꼬집은 22일자 동아일보 기자칼럼과 지난해 4월 서울지하철 노조 지도부에 대한 신속한 검거를 예로 들며 검찰의 태도를 비판한 27일자 대한매일 기자칼럽, 보건의료노조 집행부의 항변을 담아낸 28일자 경향신문 기자칼럼 등은 적절한 지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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