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현안 조직력으로 승부"

조합특성만 강조하면 분위기 삭막

서로 이해하는 대화의 장 열어가야


'노동조합은 조직이다.' 이 명제는 노동조합이 그 동안 견지해온 중요한 슬로건이다. 그런데 이 슬로건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노동조합 조직내부에 조직으로서의 최소한의 위계질서가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 그리고 노동조합이 어떤 사업을 추진해감에 있어서 조직이 갖고있는 조직력이라는 순기능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의미, 바로 이 두 가지 의미이다.
이 두 가지 의미는 노동조합이 자본세력과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힘의 관계를 극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한번쯤 충분히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를 접하게 된다. 바로 조직(組織)의 의미가 갖는 순기능과 다른 요인과의 관계의 문제이다.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조합의 조직적 측면과 구성원간의 성숙한 의견교환 측면의 문제이다. 양자는 서로 상충할 수 도 있고 상호 보족적(補足的) 관계를 유지할 수 도 있다. 그렇지만 개별 단위노동조합의 대다수가 양자의 상충문제를 안고 있을 줄 안다. 물론 양자 중 어떤 한 측면이 절대적인 비중을 갖고 타자를 배제할 정도로 지배할 수는 없다. 다만 양자가 바람직한 정도의 보족적 관계를 유지하느냐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양자 중 어느 한 측면이 타자를 배제할 정도로 지배한 다면 양자가 각각 갖고 있는 좋은 의미를 결코 살릴 수 없을 것이다.
성숙한 의견교환이라는 주제는 본질적으로 조직의 위계질서, 업무추진의 박진감과는 상충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성숙한 의견교환이라는 주제는 종종 조직의 측면에 비해서 소홀하게 취급되어 자칫 극단적일 경우 조직의 측면만이 강조되는 기형적인 노동조합 분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의 성숙한 의견교환이라는 가치는 조직이 목표에 이르기 위해 최근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사회의 어떠한 조직에서도 강조되고있고 있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리고 이는 조직구성원의 결속력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왜냐하면 성숙한 의견교환이 가능한 조직이라면 그 조직원의 결속력은 당연히 倍加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동조합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 반드시 구성원의 성숙한 의견교환이라는 문제를 충분히 인식해야하고 이를 노동조합의 조직적 측면과 연계시켜 구체화하는 실천적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노동조합의 조직적 특성과 구성원의 성숙한 의견교환의 문제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로만 설정되어서는 안된다. 양자가 상호 보족적인 관계의 틀에서 서로 연계되어야만 노동조합이 설정한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개별노동조합에서 충분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 대전방송 노동조합은 고민하고 있고 그 실천적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방송 이종익 사무국장

/ 언론노보 285호(2000.7.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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