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8천명 떠날때 불구경

정년 남으려면 지금 일어서야



98년 2월에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는 IMF를 극복하는 방편의 하나로 각 분야에서의 구조조정을 무섭게 밀어붙였다. 한계기업이나 잘못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은 사실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김대중 행정부는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의 직장을 잃게 하는 우를 범했다.
97년 한해동안 1백여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국의 언론기관에서도 8,000여명이 정든 직장을 떠났다. 이들이 떠난 이유는 갖가지이다. 나이가 들어서, 임금이 높아서, 윗사람에게 밉뵈서, 물갈이 차원에서…. 이유를 대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이유로 떠나서는 안되었다. 그들은 입사할 때, 큰 잘못이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하도록 계약을 맺은 사람들이다. 누가 이들을 떠나게 했는가.
내 판단으로는 언론인 대량실직의 직접적 원인이 악화된 경제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허약한 현재의 기업별 노조도 한 몫을 했다.
당시의 노조들은 사용자들이 조합원이나 사원들을 자르는 만행을 저지하는데 무기력했다. 아니 사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너무나 자주 들었던 상식이지만 우리 언론사의 노조들은 각 기업별 단위로 움직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각 언론사 노조의 상급단체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있지만 사실 큰 힘이 없다. 왜냐하면 기업별 노조이기 때문에 각 언론사별로 기업내의 노조와 사용자가 노사문제를 다루고 있어 사실상 언론노련이 상급단체로써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실질적으로 뭉치지를 못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A일보사 노조, B방송사 노조, C출판사 노조 등과 같은 기업별 형태의 언론사 노조조직을 전교조 과기노조 처럼 하나로 통합해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그와 같이 통합된 거대노조가 각 사의 세세한 면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수있느냐고. 그런 조직이 실제로 조합원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고. 중앙조직이 독재를 하면 어떻게 견제할 수가 있겠느냐고. 일리 있는 의구심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언론노련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산업노조는 이같은 취약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조직으로 태어나야 한다.
현재의 기업별 노조는 조합원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위원장이 선출된다. 이상적이다. 또한 자신의 기업을 잘 알고 있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통합된 하나의 노조는 기업별 노조의 이런 장점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지금 언론사 조합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하나로 통합된 언론산업노조에 있지 않다.
대부분이 회사의 일에, 또는 다른 것에 빠져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언론산별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설령 알고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언론산업노조가 자리를 잡으면 또 다시 경제위기가 온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전처럼 쉽게 정리해고라는 칼을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개인의 신분이 보장되는 것이다.
-유상덕 대한매일 차장

<27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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