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노조의 파업은 산별노조의 위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고 사례였다. 이번 사태의 주역은 어느 누구도 아닌 산별노조라는 조직체계였다. 조직체계가 말을 한 것이다.
우리 나라 노동운동사에서 금융노조 만큼 자기혁신을 수반한 역량강화를 극적으로 보여준 예는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그 동안 금융노조는 금융노련이라는 이름의 개별노조 연맹체로 존재하며 수 십 년의 역사 속에서도 한번도 파업을 해내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존재였다. 그래서 심지어는 어용노조의 전형으로까지 불렸고 더 나아가서는 IMF를 막아낼 역할과 책임의 일단을 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해내지 못한 비난까지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금융노련이 올해 산별노조로 조직 변경을 해 내면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집는 '충격적인' 전환을 이루어 냈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산별노조의 규모와 개별노조의 이익을 뛰어넘는 조직의 일사분란함, 그리고 그 요구사항의 사회성 등을 잘 보여줬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기법별 노조가 얼마나 왜소하고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입증해 줬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는 1)회사가 노동조합의 위원장 등에 대해서 가지는 징계권, 인사권 등으로 인한 노사 대등의 원칙 위배와 불평등 관계 2) 여러 매체간, 언론사간 경쟁으로 인해 한 회사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게 되면 다른 회사는 이익을 보게되는 이유로 인한 파업권, 쟁의권의 제약 3) 한 회사가 조합원들을 해고해 재정 상태가 호전되거나 잉여 이익을 내게되면 경쟁 회사도 뒤따라가게 돼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이 전담하는 체제 등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는 노동조합이 회사에 대해 일방적 수세 상태에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전두환 정권은 기업별 노조 체제를 법으로 강제했다. 이런 체제의 결함에 더해 특히 언론사 노동조합들은 가장 강력한 권력인 정치권력이나 족벌 또는 재벌들을 그 상대로 하고 있어 더더욱 수세적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론 산별노조는 이러한 불평등 관계를 근본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직 체제의 전환이다. 언론 산별노조의 건설은 이제 고비를 넘고 있다. 이미 산별노조로의 조직 전환을 이뤄낸 조합원 수가 언론노련 전체 조합원 수의 반을 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벌어진 금융산별노조의 파업은 우리들에게 매우 유용한 교훈이 됐다.

/ 언론노보 285호(2000.7.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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